그린에서 캐디와 함께 퍼트라인을 관찰하는 케빈 나. [미국 폭스스포츠] |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2012년에도 골프계에 유행하는 말이 많았다.
‘홍길동 온’과 ‘이순신 온’도 그 중 하나다. 전자는 볼이 프린지에 멈췄을 때를 일컫는다. 그린에 오른 것과 진배없으나 온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후자는 볼이 그린에 올라갔으나 홀에서 멀리 떨어졌을 때를 지칭한다. 예컨대 홀에서 10m이상 떨어진 경우로, 온이라는 말을 동반자들에게 알리지 말라는 뜻이 내포됐다.
유행어를 보면 그 세계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올해 프로골프투어에서 골퍼들의 입에 오르내린 말들을 모았다. 한국(계) 선수들이 많이 등장한다.
◆빅 미스= 연초 교습가 행크 해니가 낸 책 이름이 ‘더 빅 미스’다. 이 책에서는 해니가 타이거 우즈와 사제관계일 때 일어난 일 등이 자세히 나와 있다. 이 책으로 인해 우즈가 불편해한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이 말은 김인경에게 불똥으로 떨어졌다. 김인경이 나비스코챔피언십 최종홀에서 36㎝거리의 퍼트를 실패한 끝에 첫 메이저타이틀 날려보내자 이를두고 한 외신은 ‘빅 미스’로 표현했다.
◆인티미데이터(Intimidator)=로리 매킬로이가 남자골프 ‘1인자’로 올라설 즈음 그레그 노먼이 그에게 붙여준 별명이다. 노먼은 “매킬로이가 우즈를 위협하는 존재로 떠올랐다. 우즈는 매킬로이만 만나면 주눅이 든다.”고 말했다. 노먼은 최근에도 우즈를 평가절하하고 매킬로이를 치켜세우는 코멘트를 했다.
◆녹아웃 블로(Knockout Blow)=뉴질랜드 교포 아마추어 고보경(15· 리디아 고)이 미국LPGA투어 캐나디언여자오픈에서 내로라하는 프로들을 제치고 투어 사상 최연소로 우승하자 그에게 붙여진 별명이다. ‘프로들을 한 방에 눕힌다’는 뜻이 포함된 듯하다. 고보경은 2년째 여자아마추어골프 세계랭킹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내글스(Naggles)=재미교포 케빈 나는 연초까지만 해도 지루한 왜글과 연습스윙, 셋업 동작 등으로 좋지않은 인상을 남겼다. 플레이어스챔피언십 3라운드 때에는 한 샷을 하는데 왜글 24회, 연습스윙 5회, 어드레스했다가 물러서기 2회 등으로 60초이상을 소요했다. 미국 CBS에서는 그 동작을 두고 ‘내글스’(케빈 나와 왜글의 합성어)라고 비아냥댔다. 초반 선두권이었던 케빈 나는 이런 지적을 의식했는지 최종일 뒷걸음질쳤다.
◆샌디 에어리어=남자골프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USPGA챔피언십은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키아와아일랜드리조트 오션코스에서 열렸다. 이 코스는 절반이 모래밭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모래가 많았다. 주최측에서는 모래지역을 일반적인 벙커로 규정하지 않고 ‘샌디 에어리어’로 간주했다. 모래로 채워진 지역이라도 벙커가 아니라 ‘스루 더 그린’의 일부였다. 그래서 볼이 그곳에 빠지면 어드레스할 때나 연습스윙을 할 때 클럽헤드를 지면에 대도 상관없었다. 골퍼들이 볼 때 이상한 로컬룰이었다. 국내 스카이72GC 오션코스도 일부 모래지역을 ‘샌디 에어리어’로 간주한다.
◆스코츠(Skorts)=미국LPGA투어프로 중 섹시한 옷차림으로 정평난 나탈리 걸비스는 모바일베이클래식 때 ‘아찔한’ 복장을 하고 나왔다. 평소 입는 것보다 길이가 더 짧은 스커츠를 입고 출전한 것. 그가 그린에서 퍼트라인을 관찰할 때면 남성 갤러리들은 시선을 어디에 둘 지 모를 정도였다. 미국 골프닷컴에서는 걸비스가 이 때 입은 스커츠를 ‘스코츠’(스커츠+쇼트)라고 표현했다.
◆야니 슬램(Yani Slam)=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청야니는 시즌 초 3승을 올리며 지난해에 이어 독주 조짐을 보였다. 그러자 미국 CBS에서는 그가 지난해 LPGA챔피언십·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에 이어 올해 나비스코챔피언십과 US여자오픈마저 석권하며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해에 걸쳐 4대 메이저대회를 석권해 이름붙여진 ‘타이거 슬램’에 빗대 ‘야니 슬램’이라고 표현한 것. 청야니는 그러나 시즌 중반부터 슬럼프를 겪었고 올해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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