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강판 가격담합 7개 철강업체 2917억 ‘과징금 폭탄’

-포스코·포스코강판, 현대하이스코, 유니온스틸, 동부제철, 세아제강, 세일철강 '짬짜미'<br/>-"강판 담합은 자동차·집값 등 상승시킨 주범"

표=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아주경제 이규하 기자=자동차부품·가전·건축소재 등 산업의 쌀인 강판제품을 ‘짬짜미’한 철강회사가 최대 규모의 과징금 폭탄을 받게 됐다. 철강의 절대 강자인 포스코가 강판 가격을 주도하는 등 철강 업체들의 위법 실태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과정에서 ‘새록새록’ 양파처럼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피해로 전이될 수밖에 없다. 철강회사들의 강판 담합은 자동차와 집값 등을 상승시킨 주범인 셈이다. 때문에 규제당국의 처벌 이외에도 소비자 단체 등 집단 소송이 불가피해 보인다.

공정위는 냉연강판 판매가격을 담합한 3개 업체, 아연도강판 판매가격을 담합한 5개 업체, 아연할증료와 칼라강판 판매가격을 담합한 6개 업체 등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총 2917억3700만원을 부과한다고 30일 밝혔다.

적발된 업체는 포스코·포스코강판, 현대하이스코, 유니온스틸, 동부제철, 세아제강, 세일철강 등으로 이들은 각각 냉연강판 판매가격과 아연도강판 판매가격·할증료, 칼라강판 판매가격 등을 담합했다.

◇ 5년간 냉연강판 ‘짬짜미’

조사 결과를 보면, 현대하이스코, 동부제철, 유니온스틸 3사가 2005년 2월부터 2010년 5월까지 총 11차에 걸쳐 건축자재 등 사용하는 냉연강판 판매가격을 담합했다.

이들은 냉연강판 내수판매를 담당하는 영업임원모임을 통해 가격담합의 기본내용을 합의하고 영업팀장들이 세부내용 조정, 담합내용 실행 점검 등을 주도했다. 공정위는 이들의 담합 실태를 적발하고 현대하이스코, 동부제철, 유니온스틸에 대해 각각 253억9400만원, 46억3500만원, 12억3700만원을 부과, 검찰 고발조치했다.

또 공정위는 조사 과정에서 아연도강판 판매가격·할증료 담합도 적발했다. 아연도강판은 자동차, 가전제품 등 폭넓은 곳에 사용하는 소재로 동부제철, 현대하이스코, 유니온스틸, 포스코강판, 세아제강 5개사가 위반을 저질렀다.

공정위가 최근 5년간 제재한 과징금 규모 순위. <출처=공정위>

◇ 5년간 아연도금강판 ‘짬짜미’

이들은 아연도강판 시장에서 40%대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업체들이다. 특히 아연할증료 담합의 경우는 포스코·포스코강판, 동부제철, 현대하이스코, 유니온스틸이 1차로 가담했으며 2차로는 동부제철, 현대하이스코, 유니온스틸, 세아제강 등이 가격 인상에 합의했다.

특히 자동차사, 가전사 등 대형 수요처와 가격협상을 해 오던 포스코는 국제적 아연도강판 가격 약세 속에서 폭등하는 아연가격을 강판가격에 반영키 위해 ‘아연할증료’제도를 도입하는 담합을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공정위는 포스코·포스코강판에 대해 각각 983억2600만원, 29억8700만원과 현대하이스코, 동부제철, 유니온스틸, 세아제강에게는 각각 270억4600만원, 174억8900만원, 144억7600만원, 69억5500만원의 과징금을 처분, 전원 검찰 고발했다.

◇ 6년간 컬러강판 ‘짬짜미’

철강회사들의 담합 실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04년 11월부터 2010년 5~6월 총 16차에 걸쳐 동부제철, 현대하이스코, 유니온스틸, 포스코강판, 세아제강, 세일철강이 칼라강판 판매가격을 담합해 추가로 적발됐다.

칼라강판은 주로 건축자재 등에 사용되는 소재로 칼라강판의 원재료인 열연코일을 생산하는 포스코가 가격을 인상하자 6개 업체는 할인경쟁 등으로 하락된 가격을 회복키 위해 가격 인상을 담합했다. 현대하이스코 등 6개 업체는 칼라강판 시장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에게 부과된 과징금은 현대하이스코 228억5100만원, 동부제철 171억7000만원, 포스코강판 163억1700만원, 유니온스틸 162억6300만원, 세아제강 137억3400만원, 세일철강 68억5700만원 등으로 검찰 고발도 조치됐다.

김형배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건재용 판재시장에서 냉·아연도 및 칼라강판 제조사들의 다년간 가격담합을 철저히 밝혀 낸 첫 사례”라며 “할증료 도입이라는 편법을 통해 원가인상분을 수요자에게 전가시키는 신종 수법까지 동원된 사실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5년간 공정위가 제재한 과징금 규모의 업체 순위는 LPG 공급사의 부당한 공동행위(6689억5400만원)가 1위로 나타났으며 석유제품 제조·판매업자의 부당한 공동행위(4326억3200만원), 생명보험사 부당한 공동행위(3630억3900만원)의 순으로 기록됐다. 이번 냉연·아연도·칼라강판 담합(2917억3700만원) 건은 4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