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작품들을 담은 MBC '드라마 페스티벌'이 막을 내렸다. 다양한 시도로 단막극의 힘을 보여준 좋은 기회였다.
'드라마 페스티벌'은 지난 10월2일 '햇빛 노인정의 기막힌 장례식'을 시작으로 총 10개의 다양한 이야기를 그려냈다.
MBC가 2007년 '베스트극장' 폐지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단막극에 백일섭, 조승우, 문소리 등 다양한 배우들이 가세해 힘을 합했다. 10부작으로 구성된 '드라마 페스티벌'은 현대극뿐 아니라 사극, 시대극, 미스터리 등 실험적인 드라마들을 다양하게 선보였다.
신인 작가와 배우, 새로운 연출과 기술, 조금 더 다른 이야기로 콘텐츠 시장의 다양성을 보호하기 위해 제작한다는 기획의도를 가진 '드라마 페스티벌'은 한국방송사상 최초로 촬영단계부터 특수영상, CG 등 후반 작업까지 전 과정을 UHD로 제작하는 등 다양한 시도도 눈에 띄었다.
'드라마 페스티벌'의 마지막은 12일 방송된 '나 엄마 아빠 할머니 안나'(극본 현라회·연출 최병길)가 장식했다. 선천적인 소아마비로 휠체어에 앉아 생활하는 엄마와 안나의 이야기를 담았다.
서로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갈망에서 시작된 비뚤어진 가족사를 그린 치정멜로극으로 나(전진서)는 엄마(서지혜)의 방에 남겨진 배다른 이모 안나(양진성)가 쓴 편지를 통해 아빠(박해수)와 안나가 넘을 수 없는 선을 넘어버렸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다.
둘 사이의 비밀을 안 엄마는 충격 속에 사고로 절벽에서 추락하고 나는 병약해진 아빠(박해수)에게 분노를 느끼며 아빠와 함께 엄마가 죽은 절벽으로 간다. 결국 나는 아빠를 죽이지 못하지만 아빠는 오히려 나에게 "절벽으로 밀어달라"고 말하며 엄마에 대한 미안함을 드러낸다.
이처럼 '드라마 페스티벌'은 단막극 특유의 다양한 실험적 구성과 파격적인 소재를 무기로 하고 있다. 극작법에서는 금기시되고 있는 다수의 내레이션으로 극을 진행해 하나의 사건을 다섯 명의 시선으로 표현해낸다. 정극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치정극을 그려내는 점도 눈길을 끈다.
쉽게 접할 수 없는 소재와 분위기를 담아내는 것은 단막극의 큰 장점이다. 신인 작가와 PD가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면 이후 드라마가 질적 성장을 할 수 있는 디딤돌을 마련하게 된다. 단막극이 활발해지면 제작진은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며 시청자들도 여러 장르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게 된다.
지난달 3일 SBS에서는 2부작 드라마 '낯선사람'을 선보였으며 KBS도 지난 8일까지 총 18부작의 '드라마 스페셜'을 만들었다. 다양하고 완성도 있는 단막극은 있어야 할 이유와 얻을 수 있는 것이 충분한 장르다. 신선한 자극제로 다가온 단막극이 조만간 다시 막을 올리길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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