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는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과 일본 방사능 유출, 이상 기후 등의 영향으로 유통업계가 힘든 시기를 보냈다. 하지만 올해는 소비심리가 다소 풀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유통업계의 기대감이 조금씩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형 유통업체와 골목상권 상인들 모두 경기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새해 초부터 분주한 모습이다. 그러나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게 보이고 있다.
대형마트 매장에는 젊은 사람들이 가득하지만 전통시장에는 노인들만 북적이는 극과 극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에서도 세대 양극화가 벌어진 꼴이다.
상황이 이렇자 설 명절을 한 달 조금 못되게 앞두고 대형마트는 벌써부터 명절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다. 반면 전통시장은 겨울 한파와 중국발 미세먼지 영향으로 찾던 발길마저 끊기고 말았다.

▲ 지난 3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수산시장에는 노인들만 가득할 뿐 젊은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시장에는 전부 노인네들뿐이야. 젊은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어. 요즘에는 날씨까지 추워서 그런지 그나마 오던 발걸음도 뚝 끊겼어. 젊은 사람들이 많이 와야 전통시장이 살아날텐데. 정말 힘들어."
전통시장이 늙어가고 있다.
시장을 둘러봐도 상인과 손님 모두 노인들이다. 시장에서 장을 보는 젊은이는 손으로 꼽을 정도다.
실제로 지난 3일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청량리수산시장에는 노인들만 북적거리고 있었을 뿐 젊은 사람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시장을 30여분이나 돌아다녔지만 30~40대 고객은 보이지 않았다.
손님 대부분이 60대 이상 노인들로 저마다 손수레를 하나씩 끌고 나와 고등어·갈치·꽃게 등 수산물을 둘러보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것은 10명 가운데 1명 수준에 불과했다.
한 시장 상인은 "노인들이 갈치·고등어를 사봐야 얼마나 사겠느냐"면서 "주부들이 많이 찾아야 하는데 상황이 그렇지 않으니 하루 벌어 입에 풀칠하는 것도 어렵다"고 말했다.
전통시장이 구매력 높은 주부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최근 늘어나고 있는 싱글족·맞벌이 부부 등 1~2인 가구도 전통시장을 찾지 않고 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싱글족 응답자 가운데 34.4%가 대형마트에서 쇼핑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시장을 선호하는 싱글족은 8.0%에 불과했다.
서울 송파구 신천에 위치한 새마을전통시장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나마 시장 주변에 일반 주택단지가 있어 10명 가운데 2~3명 꼴로 주부들이 장을 보러 나온 것이 전부였다. 시장 주변의 주상복합단지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은 인근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를 주로 이용한다고 이곳 상인들은 전했다.

▲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새마을전통시장은 영하로 떨어진 날씨로 찾은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이날 인근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주부 박모씨는 "전통시장이 대형마트보다 가격이 싸다고는 하지만 한 번에 다양한 상품을 구매할 수 없어 시장을 거의 찾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겨울 한파와 미세먼지도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시름을 더하고 있다.
한겨울 추위로 전통시장을 찾는 발길이 줄어든 데다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으로 있던 손님마저 뚝 끊겼기 때문이다. 청량리수산시장에는 아예 문을 닫고 영업을 하지 않는 점포도 곳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청량리수산시장에서 젓갈을 파는 한 상인은 "날씨가 추운데 젊은 사람들이 따뜻한 대형마트를 가지 전통시장에 오겠느냐"며 "젊은이들의 발길을 잡으려면 전통시장을 현대화해 찾아오고 싶게 만들어야 하는데, 이런 것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전통시장 상인들의 노령화도 심각해지고 있다. 젊은 사람들이 시장에서 일하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이다.
실제 청량리수산시장과 새마을전통시장의 상인들 대부분이 60~70대였다. 가장 어린 축에 속하는 사람도 40대 중반에 달했다. 상인들이 노인들뿐이다 보니 전통시장 현대화도 계속 제자리걸음인 상태다.
채소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씨(62)는 "이곳 상인이나 고객 모두 나이를 먹어가면 결국 전통시장이 사라지고 말 것"이라며 "젊은 사람들이 시장에서 장사하고 젊은 사람들이 시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시설투자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