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시황 아방궁 유적지.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부패낭비 척결ㆍ근검절약을 외치는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향락의 대명사'인 ‘현대판 아방궁(阿房宫) 복원 사업'에 제동을 걸었다.
홍콩 밍바오(明報) 6일 보도에 따르면 최근 시 주석이 중국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시가 380억 위안(약 6조6000억원)을 들여 추진하는 ‘현대판 아방궁’ 복원 사업에 대해 "아방궁은 봉건사회 사치 풍조를 조장할 뿐 재건할만한 문화적 가치가 없다”며 해당 사업의 명칭에서부터 위치까지 복원 계획을 전면 수정할 것을 지시했다.
이와 함께 중국 공산당 중앙 판공청도 시진핑 총서기의 시안시 아방궁 복원 사업 수정에 대한 질타를 각 지방에 하달해 이를 중요한 교훈으로 삼을 것을 지시했다.
사실 현대판 아방궁 복원 사업은 지난해 6월 발표되면서 줄곧 논란이 일어왔다. 당시 중국 산시성 시안시 정부는 14년 전 2억 위안을 들여 복원한 현재의 아방궁을 철거하고 중국 국유기업인 서우촹(首創) 그룹과 손잡고 21세기 현대판 아방궁을 짓는데 380억 위안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신화통신 등 다수의 중국 언론은 누구를 위한 아방궁 건설인지 의문을 제기하며 차라리 그 돈을 민생 개선에 투입하라는 조언도 내놓았다.
특히 아방궁은 진시황이 과거 백성들을 착취해 건설한 것으로 진나라 멸망의 원인 제공을 한 상징적인 건축물이다. 과거 진시황이 아방궁에서 궁녀들에 둘러싸여 지냈던 만큼 아방궁은 향략 사치의 대명사로도 이미지가 강해서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일부 유흥업소 상호명으로도 많이 쓰이기도 했을 정도다. 이는 시진핑 지도부가 제창하는 ‘사치낭비 척결. 근검절약’ 운동에 크게 위배되는 셈이다.
보도에 따르면 시안시 한 관료는 “역사ㆍ문화적 가치만 고려했지, 정치적 의미는 간과했다”는 상부의 질타를 받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료도 이번 질타로‘진 왕조가 사치로 멸망했다’는 역사적 교훈을 깊이 새겼다고 전했다.
사마천의 ‘사기’에서는 아방궁을 동서로 500보(650m정도), 남북으로 50장(115m 정도) 의 2층 궁전으로 1만 명이 수용할 수 있게 지어졌다고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완성되기도 전에 진 왕조가 멸망하면서 초나라 항우의 군대에 의해 불타 없어졌다. 아방궁의 규모가 얼마나 거대했던지 사기에는 아방궁을 태운 불길은 3개월 동안이나 꺼지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