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칼럼> 미국 정치원로의 경제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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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1-10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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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김재수 aT 사장


우리에게 잘 알려진 찰스 랭글 미국 연방 하원의원이 23선에 도전한다고 한다. 지난해 5월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방문 시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직접 호명하며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던 의원이다.

뉴욕 할렘가에서 태어나 구두닦이를 하는 등 어려운 유년시절을 보냈으나 좌절하지 않고 역경을 극복한 인물이다. 20대 초반에 6·25 전쟁에 참여하여 무공훈장을 받는 등 한국과 인연이 깊은 대표적인 친한 인사다. 전쟁 후에는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로 흑인과 빈곤층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인생을 걸어온 22선의 정치원로다.

랭글 의원은 올해 한국나이로 85세의 노령이다. 우리 인식으로 보면 현역에서 은퇴하고 물러앉아야 할 나이다. 그러나 여든이 넘어서도 23선에 도전하는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불법 도로점거 시위로 수갑을 차고 경찰관에 의해 연행되어 가는 모습도 보였다. 정치원로의 열정도 놀랍고, 정치원로라 해도 현행법령에 위배되는 행위를 저지르면 예외 없이 처벌받는 미국 법치주의도 인상적이었다.

랭글 의원은 상·하원을 막론하고 광범위한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익에 도움이 되는 정책이면 소신껏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정치원로로서 막힌 것을 풀고 원만한 합의를 유도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교착상태에 있을 때 한국을 방문하면서 정치인의 역할을 강조하고, 이해관계자의 설득과 조정을 강조하는 그의 주장에 많은 감명을 받았다. 한·미 간에는 쇠고기·쌀·자동차·지적재산권 FTA, TPP 등 어려운 통상 이슈가 많다. 이에 대처하는 전략과 방안, 지혜와 슬기를 보면서 정치원로의 경제논리가 돋보였다.

우리나라도 고용, 복지, 성장, 분배, 통상 등 많은 경제 현안이 있다. 경제 현안을 다룸에 있어 지나친 이념 대립으로 몰아가거나 이분법적인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 복지와 성장을 두고 '복지는 성장을 저해한다'는 등 극단적 주장을 펴거나 '성장이 최고의 복지'라는 일방적인 주장은 현실과 잘 맞지 않는다. 시장경제가 지속적으로 유지·발전하려면 최소한의 복지 증진이 이루어져야 성장과 복지가 선순환한다는 것이 다수 견해다. 따라서 성장전략으로 '창조경제'가 필요하고, 복지전략으로 '맞춤형 복지' 정책이 대두되는 것이다.

농업분야도 마찬가지이다. 극단적인 '개방과 보호'를 논한다든지, '도시와 농촌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는 일방적 주장은 안 된다. 정책 당국자도 '우리 농업분야는 희망이 없다', '국가 전체 후생 증진을 위해 농업분야 희생이 불가피하다', '농업보조금을 삭감하면 농업 경쟁력이 살아난다'는 등 극단적 주장이나 검증되지 않는 논리에 함몰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 경제상황, 정책과 제도, 역사적 여건에 알맞은 선택을 해야 한다. 시장경제의 기본원칙을 존중하되 산업에 따라 적절한 제한이 이루어져야 계층 갈등과 사회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 국가 역량을 집중해야 할 주요 지표는 GDP가 아닌 '국민행복지수'라고 강조한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도 "자본주의체제의 지나친 일탈은 적절한 조정이 가해져야 한다. 규제 없는 시장은 시장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필자는 찰스 랭글 의원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농업 발전과 국제협상, 한·미 교역 증진과 외교 발전 등에 기여한 공로라고 한다. OECD 근무, 통상협력과장, 국제협력과장, 주미대사관 농무관을 거치면서 많은 협상에 참여하고 여러 가지 파동도 겪었다. 광우병 쇠고기 파동, 쌀 관세화 협상, 한·미 FTA 협상 등을 거치면서 쓰라린 경험도 했다. 잘 마무리된 이슈도 있었으나 아직까지 미진한 과제도 많다. 본격적인 개방화·글로벌화 시대다. 대외 통상전략은 미국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경험이다. 영원한 우방은 없으나 세계 최강국인 미국을 잘 활용해야 우리의 미래를 열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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