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래의 OK시골> “귀농 귀촌이 아니라 ‘이도(離都)’다”

도시에 살다 농촌으로 삶터를 옮기는 것을 귀농이나 귀촌이라고 한다. 농촌으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고향을 떠났던 사람들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는 귀향처럼, 농촌을 떠났던 사람들이 다시 농사를 지으러 가는 것은 귀농이고, 자신이 살던 곳을 찾아가는 것이 귀촌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귀농과 귀촌의 의미를 재정립하고 새로운 단어를 써야 할 시기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요즘 시골을 찾는 사람들은 농사를 짓기 위해 가는 사람들보다 여유를 즐기기 위해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한 자신이 살던 곳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터전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더 많다. 전원생활이 목적인 사람들이 연고도 없는, 살기 좋은 곳에 새로운 삶터를 마련하기 위해 농촌을 찾는다.

1960~70년대 산업화가 한창일 때 농촌에서 도시의 새로운 일자리와 희망을 찾고 삶의 터전을 찾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살던 농촌을 버리고 아무 연고없는 도시로 떠났다. 이것을 '이농(離農)'이라 했다. 이농의 사전적 의미는 '농민이 다른 산업에 취업할 기회를 갖기 위해 농촌을 떠나 도시로 이동하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도시에 살던 사람들이 도시에서 살기 싫어 도시를 떠나는 것, 그들이 연고도 없는 곳에 새로운 희망을 찾기 위해 살기 좋은 터전을 마련하는 것은 '이도(離都)'라 해야 맞다. 귀농이나 귀촌처럼 다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삶을 찾아 도시를 떠나는 적극적인 사람들이다.

실제로 도시에서 가깝고 교통여건이 좋으며 경치도 좋은 곳에는 '다시 돌아온 사람들'이 아니라 이도해온 사람들로 붐비고 이들로 하여 없던 마을들이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다. 강원도나 충청북도와 같이 수도권과 경계를 하고 있는 지역을 둘러보면 예전 화전민들이 살다 버리고 간 땅을 개발해 전원주택을 짓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난 후 텅 비었던 마을이 도시에서 이도해 온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가난하고 먹고 살기 힘들어 버리고 갔던 땅을 도시생활로 넉넉해진 사람들이 개발해 좋은 집을 짓고 여유롭게 살겠다는 생각을 한다. 귀농 귀촌이 아니라 새로운 삶과 희망을 찾아 농촌으로 오는 사람들, 이도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만큼 적극적인 사람들이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김경래 OK시골 대표/www.oksig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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