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은 '비즈니스 프랜들리' 정책으로 재임기간 내내 노동계와 마찰을 일으켰으며, 시민사회의 폭넓은 지지를 얻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대통령이 된 뒤 비정규직 보호법 문제 등을 둘러싸고 노동계와 날선 대립각을 세웠던 바 있다.
이 같은 노·정 간의 갈등은 박근혜 정부 들어 극에 달했다는 지적이다. 철도파업으로 급격히 경색된 노정 관계는 불통을 넘어 이제는 아예 단절된 모습이다. 더욱 큰 문제는 향후에도 지금의 노정관계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대 컸던 노사정위, 반쪽으로 전락
지난해까지만 해도 노정관계가 지금과 같이 악화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드물었다. 정부와 노동계의 소통과 타협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게 사실이다. 노동계와 정부의 유일한 대화창구임에도 불구하고 '식물위원회'란 오명을 썼던 경제발전노사정위원회가 다시 활성화될 조짐이 보였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사회적 대화에 관심을 표시해 왔다. 최우선 국정목표인 고용률 70%를 달성하기 위해선 근로시간 단축, 임금체계 개편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은데, 이를 이루려면 노·사 대화와 타협이 앞서야 한다고 판단해서였다. 이에 따라 그는 현직 대통령으로는 10년 만에 노사정위 본회의에 참석하며 사회적 대화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박 대통령은 굵직한 고용·노동 현안들을 노사정위를 통해 추진해 왔다.
하지만 철도파업이 도화선이 되면서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전략도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경찰이 철도노조 지도부 체포를 위해 민주노총 사무실에 강제 진입하자 한국노총이 "노정관계를 대화가 아닌 공권력으로 해결하는 정부에 대해 노동자들은 어떠한 기대도 할 수 없다"며 노사정위 불참을 선언한 것이다. 이로써 2009년 이후 4년 만에 노사정위에서 노측이 모두 빠지게 됐다. 자연스럽게 산적한 고용노동 관련 현안도 진전을 이루지 못한 채 떠다니는 중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노·정 간의 갈등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최근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이 '2014년 노사정위 신년인사회'에서 "민주노총에 대한 경찰 진압은 정당한 법집행"이라고 한 데 대해 "노사정 대화나 사회적 타협을 사실상 포기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반발했다.
한국노총 역시 김 위원장이 "한국노총이 중재의 역할을 하지 않은 점이 아쉽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한국노총의 노·정 대화 거부를 놓고 벌어지는 정부의 형태가 참으로 점입가경"이라고 꼬집었다.
◆한국노총 위원장 선거, 노정관계 전환점 맞나?
22일 한국노총 위원장 선거가 치러지는 가운데, 이 결과에 따라 노정관계가 전환 국면을 맞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위원장 역시 신년인사회에서 "한국노총이 이달 말 새 집행부를 구성하면 (노사정위)에 복귀할 것"이라고 밝혔던 바 있다.
일부 전문가들 역시 김 위원장의 의견에 공감했다. 다만 온건파가 위원장이 될 경우에 한해서다. 금재호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선거 출마자 중 강경파가 위원장에 선정될 경우 노정관계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온건파가 위원장이 되면 노정관계가 우려할 정도의 상황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며 한국노총의 노사정위 복귀를 조심스레 점쳤다.
반대 의견도 있었다. 같은 연구원의 배규식 노사사회정책연구본부장은 "위원장이 누가 되건 간에 한국노총이 노사정위에 당장 복귀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사정위 복귀를 위해선 여론 형성이 중요한데, 철도노조에 한국노총 소속도 상당수가 포함된 만큼 쉽지 않을 것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한국노총 측은 이와 관련해 "정부의 대국민 사과와 관련자 문책이 없는 한 노사정위 복귀는 없다"고 못박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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