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지난 2008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아이팟’(iPod) 신제품을 발표한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혁신적인 제품도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아마도 잡스가 예언한 주인공은 다름 아닌 자신이 직접 소개한 아이팟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일본 산케이 신문은 지난 31일 애플이 2001년에 출시한 디지털 휴대 음악 플레이어 아이팟이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이폰의 ‘임종’은 각각의 기능에 따라 나뉘어 있던 멀티미디어 기기가 음성통화와 데이터 통신에 음악과 영상도 들을 수 있는 스마트폰, 그중에서도 ‘아이폰’(iPhone)으로 대체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신문은 잡스에 이어 애플을 이끌고 있는 팀 쿡 CEO는 최근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설명회에서 아이팟의 생산·판매 중단을 시사한 점을 들고 있다. 아이팟은 애플이 약진을 시작한 원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혁신적인 제품이었으나 2011년 56세의 나이에 사망한 창업자 잡스도 생전에 아이팟이 역사의 뒤안길로 넘어갈 것임을 예언했다.
단순히 시대를 대표한 제품이 사라진다는 것을 넘어 아이팟의 임종은 ‘잡스 이후’ 애플이 혁신적인 제품을 낳지 못하는 시련을 앓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영국 BBC 방송은 지난달 27일 쿡 CEO가 열린 투자자 설명회에서 “아이팟의 비즈니스에 끝이 다가오고 있는 것은 우리 회사의 직원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고 전했다.
같은 날 발표 된 애플의 2013년 10~12월기 경영실적에 따르면 이 기간 아이팟 판매 대수는 전년 동기의 절반에 불과한 약 600만대, 매출 역시 절반 수준인 9억7300만달러까지 떨어졌다. 아이팟이 애플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한 비중은 불과 2%에 그치고 있다. 반면 아이폰은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한 5100만대, 태블릿인 ‘아이패드’(iPad)도 2100만대가 판매돼 두 제품 모두 분기 기준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신문은 미국의 IT매체 더 버지가 “거의 취미 수준이다”란 표현을 썼을 만큼 아이팟이 애플 내에서 이미 존재 의의를 잃어 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에게 있어 아이팟은 기념할만한 특별한 제품이다. 2001년 400달러의 가격에 처음 판매된 뒤 2003년에는 음악 전달 사이트 ‘아이튠스 스토어’가 문을 열었으며, 2005년에 99달러의 초저가 ‘아이팟 셔플’을 발매했으며, 이후에도 초소형 ‘나노’와 터치 패널을 채용한 ‘터치’ 등의 신기종을 잇달아 투입해 전성기였던 2008년에는 전 세계에서 2200만대가 팔렸다.
음악 데이터를 디지털로 압축해 언제 어디서나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새로운 스타일을 제안한 아이팟은 음반업계가 지배하고 있던 음악산업의 격변을 일으키며 휴대용 음악 플레이어 ‘워크맨’으로 한 세대를 풍미했던 일본 소니를 붕괴시켰다.
애플의 이미지는 주력제품이었던 ‘매킨토시’를 통해 소수의 매니아 팬들로부터 지지를 받는 컴퓨터 제조업체에 불과했다. 하지만 애플은 아이팟을 통해 세계를 대표하는 IT기업으로 약진했다. 아이팟의 성공이 없으면 아이폰(2007년)과 아이패드(2010년)도 태어 않았다. 주가는 2012년 한 때 700달러대의 최고치를 기록하며, 아이팟 발매 이전보다 약 40배나 올랐다.
하지만 신문은 현재 애플은 ‘잡스의 유산’으로 연명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평가했다. 주가도 지난달 29일 일시에 500달러 아래로 떨어지는 등 침체가 계속되고 있다.
“쿡은 투자자에게 버림 싶지 않다면 혁신적인 신제품을 투입해야한다.” 애플 팬 전용 사이트 ‘컬트 오브 맥’의 작가 알렉스 히스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따끔하게 지적했다.
지난 2007년 아이폰을 출시했을 때 잡스는 “이것은 우리가 만든 사상 최대의 아이팟이다”고 소개했다. 그의 예언대로 아이팟은 역할을 끝내려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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