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규칙상 구멍파는 동물(토끼·두더쥐·땅다람쥐·도롱뇽 등)이 만든 구멍은 비정상적인 코스 상태다. 따라서 볼이 이 구멍에 들어가거나 접촉하고 있을 경우 또는 이 구멍이 플레이어의 스탠스나 의도하는 스윙구역을 방해할 때에는 비정상적인 코스 상태에 의한 방해가 생긴 것으로 보고 구제받을 수 있다.
미국PGA투어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피닉스오픈’(총상금 620만달러)이 열리는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TPC스코츠데일(파71)은 사막에 조성됐다. 러프를 벗어나면 관목과 숲, 모래 등으로 된 황무지다. 물론 사막에 사는 동물도 서식하고 그들이 판 구멍도 많다.
2일(한국시간) 열린 대회 3라운드에서 ‘왼손잡이 장타자’ 버바 왓슨(36·미국)은 3타를 줄여 합계 15언더파 198타(64·66·68)로 단독선두에 나섰다. 케빈 스태들러(미국)는 합계 13언더파 200타로 단독 2위에 올랐고 리안 무어, 해리스 잉글리시(이상 미국), 마쓰야마 히데키(일본)는 12언더파 201타로 공동 3위를 달리고 있다.
왓슨은 최종라운드를 남기고 스태들러에게 2타 앞서며 투어 통산 5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가 2위와의 간격을 2타로 벌린 데는 사막동물이 만든 구멍이 한 몫을 했다. 18홀을 남긴 상황에서 추격자와의 간격이 ‘1타차냐 2타차냐’는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왓슨은 이날 13번홀(파5·길이525야드) 티샷을 당겨 황무지쪽으로 보냈다. 볼은 관목 아래에 멈췄다. 오른손잡이 골퍼는 칠 수 없는 위치였지만 왼손잡이인 왓슨은 가까스로 볼을 쳐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왓슨이 다가가서 보니 볼 옆에 동물이 파놓은 큰 구멍이 있었다. “임팩트 때 클럽헤드가 그 구멍에 닿아 스윙에 방해가 될 수 있었다”는 것이 왓슨의 설명이다. 왓슨은 경기위원을 불렀고 위원은 ‘비정상적인 코스 상태로 인한 방해’(규칙 25-1)라며 왓슨에게 무벌타 드롭을 허용했다. 이 경우 오른손잡이였다면 어차피 관목에 의한 방해로 스트로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구제받지 못한다. 왼손잡이여서 어느정도 스트로크가 가능했으므로 볼 옆에 파인 구멍으로부터 구제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왓슨은 볼 뒤쪽으로 한 클럽길이내 지점에 드롭한 후 웨지로 쳐 150야드 전방의 페어웨이로 볼을 보냈다. 세번째 샷도 웨지로 처리했으나 볼은 프린지에 멈췄고 그곳에서 2퍼트로 파를 세이브했다.
동물이 파놓은 구멍이 없었다면 그는 구제받지 못하고 볼을 관목밖 20∼30야드 지점으로 쳐내는데 그쳤을 것이다. 그럴 경우 보기나 더블보기도 나올 수 있다. 왓슨은 사막에 사는 동물 덕분에 1∼2타를 세이브하고 단독선두로 최종라운드에 나갈 수 있게 됐다.
한편 이날 올해 대회에서 18홀 최소타수인 62타를 기록한 브렌단 스틸(미국)과 3라운드 공동선두 매트 존스(호주), 헌터 메이헌(미국)은 합계 11언더파 202타로 공동 6위다. 선두 왓슨을 4타 이내에서 쫓는 선수가 일곱 명이고, 하루 9언더파까지 칠 수 있다는 점에서 왓슨의 우승가도는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왓슨은 2010년 트래블러스챔피언십에서 투어 첫 승을, 2012년 마스터스에서 4승째를 올렸다.
지난해 챔피언 필 미켈슨(미국)은 합계 3언더파 210타(71·67·72)로 최경주(SK텔레콤) 등과 함께 공동 40위다. 선두와 12타차다. 재미교포 케빈 나(타이틀리스트)는 합계 5언더파 208타로 공동 29위, 배상문(캘러웨이)은 2언더파 211타로 공동 54위, 첫날 공동선두였던 양용은(KB금융그룹)은 1언더파 212타로 공동 65위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