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연습할 트랙도 없어 아스팔트에서 무릎이 까지며 연습하고 올림픽에서도 남의 썰매를 빌려서 경기에 출전해야 했던 종목인 봅슬레이와 루지. ‘무모한 도전’이라는 무관심 속에서 묵묵히 자신들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이들 종목 선수들에게 수 년 전부터 기업들의 후원이 이어지며 이번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는 첫 메달이 기대된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 개막이 나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우리 기업들이 한국 선수단이 출전한 13개 전 종목에 직·간접적인 후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은 우리 기업들의 동계 스포츠 지원 현황을 조사한 결과, 기업들은 종목별로 경기단체 지원, 자체 실업팀 운영, 유망주 후원 등 다양한 방법으로 동계 스포츠를 지원하고 있었다고 3일 밝혔다.
◆쇼트트랙 강국에서 빙상 강국으로 우뚝 서다
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 동계올림픽에서 쇼트트랙 김기훈이 금메달을 딴 이래 한국은 쇼트트랙 강국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다른 종목에서는 올림픽 금메달이 없던 우리나라가 지난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스피드스케이팅, 피겨 등에서 금메달을 수확하며 빙상강국으로 떠오른 배경에는 기업의 후원이 큰 힘이 됐다.
삼성은 지난 1997년부터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사를 맡아오며 스피드스케이팅, 쇼트트랙 등 빙상 종목 전반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꿈나무대회 개최, 국제대회 참가 지원, 외국인 코치 영입 등 다양한 지원을 통해 장기적인 선수 저변 확대에 노력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2011년 3월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실업팀을 처음으로 창단해 소속 선수들이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팀 연고지를 겨울 스포츠 불모지인 제주도로 정해 제주도의 동계 스포츠 확산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KB국민은행은 피겨스케이팅 지원에 적극적이다. 피겨여왕 김연아를 주니어 유망주 시절부터 발굴·지원했으며 김해진 등 새로운 유망주 육성에도 적극적이다. 또한, 빙상연맹의 공식 후원사로서 각종 대회의 개최 및 후원 등을 통해 빙상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연습장도 없던 비인기 종목, ‘한국판 쿨러닝’ 꿈 일군다
더 이상 썰매를 빌려 타지 않는다. 한때 ‘한국판 쿨러닝’이라며 안타까움을 자아냈던 봅슬레이는 이번 올림픽에서는 메달 기대 종목으로 성장했다. 소치 올림픽에서 역대 최대인 20명의 선수들이 출전하는 썰매 종목, 올림픽에 최초로 출전하는 컬링에도 기업의 지원이 잇따르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과 후원계약을 맺고 2018년까지 훈련비 및 썰매 구입비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덕분에 국가대표팀은 5년 이상 된 썰매를 빌려 탔던 시절에서 벗어나 해외훈련도 하면서 성적이 향상되고 있다. 최근 2013-2014 아메리카컵 7차 대회에서 봅슬레이 남자 2인 국가대표 원윤종과 서영우가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은 무엇보다 큰 성과다.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은 이번 소치 동계올림픽에 최초로 전 종목 출전한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1월 9일 루지 국가대표팀을 초청해 소치 동계올림픽 출정식 및 메달기원 후원금 전달식을 가졌다. 지난 2010년과 2011년에는 봅슬레이 국가대표팀을 지원한 바 있다. 루지도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전 종목 출전자격을 얻었으며, 팀 계주에서 메달 획득을 기대하고 있다.
신세계는 컬링 강국 도약을 지원한다. 신세계는 대한컬링경기연맹에 2018년까지 100억원 상당의 후원을 약속했다. 지난해에는 ‘제1회 신세계·이마트 전국컬링대회’를 개최했다. 컬링은 이번 올림픽 여자 부분에 국가대표 5명이 최초로 출전한다.
◆스포츠 통해 기업 이익의 사회 환원 실현
CJ는 대한스키협회 설립 이후 최초의 기업 후원사로 유망 선수에 대한 후원도 함께하고 있다. CJ는 한국 스노보드 선수 최초로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은메달을 수상한 김호준(스노보드 하프파이프)과 아시아 선수 최초로 세계선수권대회 5위에 입상한 최재우(프리스타일 모굴 스키) 등 유망주에게 2015년까지 후원금과 용품 등을 지원한다. 두 선수는 이에 힘입어 소치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
우리나라 아이스하키 발전의 주역 한라는 아이스하키의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핀란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21년째 아이스하키팀 ‘안양 한라’를 운영 중인 한라는 소속 선수들을 핀란드 2부 리그 팀 ‘키에코 완타’와 ‘HCK’에 임대로 보내 선진기술 습득을 지원했다. 비용은 전액 한라가 부담했다. 특히 지난해 2월에는 아예 키에코 완타 지분 53%를 인수해 유망주 파견·육성의 베이스캠프로 활용하고 있다. 현재 김지민·안정현(이상 안양 한라), 신상훈·김원준(이상 연세대), 안진휘(고려대) 선수 등이 키에코 완타에서 뛰고 있다.
오승훈 태릉선수촌 훈련기획팀장은 “기업들의 다양한 지원 덕분에 겨울 스포츠도 이제 한 종목에 편중되지 않고 골고루 성장하고 있다”며 “이번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통해 보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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