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중국의 노동력 부족 현상과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풍부하고 값싼 노동력'의 나라 중국은 이제 옛말이 됐다. 이와 함께 한 자녀 정책 등으로 이직률까지 높아지면서 기업들은 '귀하신 몸'이 된 중국인 노동자를 잡기 붙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넷판 4일 보도에 따르면 최근 중국의 제조업체들은 춘제(春節·중국의 설) 열차표 구매 대행, 보너스 지급과 상여금 인상 등의 방법으로 직원들 이직률을 낮추기 위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캐주얼웨어 브랜드 아베크롬비앤피치 등에 의류를 납품하는 크리스털그룹은 지난해 11월 이후 지금까지 상여금을 8% 인상했다. 또 춘제 기간 9000장의 열차표를 대신 구입해주고, 열차에서 먹을 수 있는 주전부리까지 챙겨주는 세심함으로 직원들의 환심사기에 나섰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 광둥(廣東)성 주강삼각주에 위치한 제조업체들은 수많은 중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만큼 직원 잔류율을 높이기 위한 갖가지 묘안을 짜내고 있다.
둥관(東莞)지역의 전자제품 제조업체 이글스는 춘제 연휴 이후 제때 일터로 돌아오는 직원들에게 100∼1000위안(1만8000원~18만원)의 보너스 지급을 계획 중이다. 해외 의류 납품업체인 TAL은 매년 11월 15일에서 이듬해 1월 24일까지 머무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행운권 추첨 행사를 열어 당첨자에게 8888위안(약 159만원)을 지급할 방침이다.
이밖에 미국 애플사 등이 고객인 선전(深圳)의 공급망 회사 PCH는 직원들의 복지 향상을 위해 무료 와이파이가 제공되는 직원용 도서관을 건립하는 한편, 해변 바비큐 파티와 같은 야유회를 자주 열어 회사에 대한 직원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서비스업종에서도 ‘농민공 부족사태(민공황·民工荒)’가 나타나기는 마찬가지다. 교육 수준 향상, 중국 평균임금 상승 등 농민공들의 요구 조건이 높아지면서 추가 수당이나 상여금 등의 조건이 맞지 않으면 직원들이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는 일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식당에서는 반(半)셀프서비스 방식으로 전향하거나 회전판을 이용한 자동화 주문 방식으로 개선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 고용난을 돌파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한 데는 무엇보다 중국의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인한 전반적인 노동력 부족 현상이 주원인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중국 정부의 한자녀 정책과 내륙지방 일자리 창출 정책 등으로 노동자들의 이직률이 매년 높아지면서 이러한 현상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중국은 저임금 노동력이 고갈돼 성장 정체로 이어지는 '루이스 변곡점'을 지나고 있어, 향후 노사간 대립도 빈번히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또 일각에서는 이러한 노동력 부족현상이 심화되면서 내년을 전후로 해고조차 하기 어려운 일종의 평생고용 개념의 '무고정 기한' 노동자도 대거 나타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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