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대관식을 위한 준비는 끝났다. 그녀 인생 마지막 경기에서 역사상 최고의 피겨 선수였음을 공표하는 일만이 남았다. ‘피겨 여왕’ 앞에 그 무엇도, 그 누구도 방해가 될 수 없다.
김연아(24)가 19일 자정(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팰리스에서 시작되는 2014년 소치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3조 5번째로 연기를 펼친다. 그는 쇼트프로그램 이후 하루 뒤인 20일 자정 프리스케이팅으로 김연아 인생의 마지막 피겨경기를 장식한다.
앞서 김연가 소치로 출국도 하기 전에 의도치 않은 ‘라이벌’이 생겼다. 러시아의 율리야 리프니츠카야(16)가 그 주인공. 지난 9일과 10일 차례로 열린 단체전에서 쇼트 72.90점, 프리 141.51점, 합계 214.41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단체전 금메달의 주역이 되면서 전 세계 언론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단체전을 통해 드러난 것은 환상적인 스핀 능력. 플라잉 카멜 스핀, 레이백 스핀, 체인지풋콤비네이션 스핀에서 모두 레벨 4를 받았다. 가산점 역시 챙길 대로 다 챙겼다. 허리에 부담이 있는 김연아가 지난 1월 경기에서 레벨 3밖에 받지 못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또한 연기력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평가도 있어 무서운 상승세를 주목해야 한다.
리프니츠카야에게도 단점은 있다. 단체전 싱글에서 보여준 트리플 러츠 점프에 대해 롱에지(wrong edge·잘못된 스케이트날 사용) 평가가 있었다는 것. 정재은 대한빙상경기연맹 심판이사 및 피겨스케이팅 국제심판은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럽선수권에서도 롱에지였고 러츠뿐 아니라 트리플 플립에서도 롱에지인 것 같은데 판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다른 전문가들 역시 입을 모아 동일한 평가를 냈다. 결국 홈경기 어드밴티지나 유럽심판들의 편애를 받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을 벗어나기 힘들다.
리프니츠카야 이전에 김연아의 진짜 라이벌은 아사다 마오였다. 2010 밴쿠버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아사다는 이번 단체전에서 무리한 트리플 악셀(공중 3회전 반) 시도로 엉덩방아를 찧으며 부진했다. 트리플 러츠를 완성하지 못해 여자선수 중 유일하게 한 단계 높은 트리플 악셀을 시도하지만 성공률이 낮으니 결국 ‘도박’밖에 되지 않는 셈이다. 이에 프리스케이팅에서 2번 시도하던 트리플 악셀을 1번으로 줄여 위험부담을 최소화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이를 만회하기 위해 다른 동작들을 추가함에 따라 체력 부담이 커졌다.
김연아는 이 모든 것에서 자유롭다. 그의 피겨는 전 세계 ‘피겨의 교과서’라 봐도 무방하다. 특히 점프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트레이드 마크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은 기본 점수만 10.10점인 고난도 3회전 연속 점프다. 수행점수(GOE)까지 더해 11~12점은 기본이다.
또 고난이도의 모든 연기를 정석대로 완벽하게 해 낸다. 실수 없는 연기는 김연아의 트레이드 마크이며 그 어떤 화려한 동작과 기술에 빗대어도 따라갈 수 없는 진짜 ‘필살기’다. 보는 이의 감정을 요동치게 하는 표현력과 예술성 역시 이미 2010 밴쿠버올림픽을 통해 검증되었다.
김연아는 출국에 앞서 “2연패는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며 “그 대신 클린(clean) 연기는 어떤 대회든 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소치도 마찬가지다”라고 밝혔다. 사실상 김연아의 실력과 프로그램 구성도로 볼 때 모든 요소를 실수 없이 연기하는 클린을 펼친다면 당연히 금메달일 수밖에 없다. 그는 온 신경을 클린 연기에 집중하고 있다. 최고의 정신력을 가지고 있다고 전 세계 전문가들이 공인하는 상황에서 메달이나 승부에 연연하지 않으니 경기를 망치는 '산란한 마음'은 김연아와 거리가 멀다.
김연아가 19일 쇼트프로그램에서 연기할 곡은 뮤지컬 ‘리틀 나이트 뮤직’의 넘버 ‘어릿광대를 보내 주오’이다. 지난 1975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올해의 곡’을 수상했던 명곡이다. 절실하게 마음에 다가서는 가사와 곡 분위기가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는 곡이다. 화려함보다는 절실한 마음으로 다가가는 김연아의 피겨 연기는 이 곡을 만나 ‘올해의’ 아니 ‘세기의 피겨 연기’가 되어 여왕의 대관식을 준비하는 음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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