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상봉]딸 차마 바라보지 못하고 눈물만 흘린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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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2-23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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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오세중 기자 = 한 살이었던 딸을 60여 년 만에 다시 만난 아버지는 미안함 때문인지 차마 딸을 바라보지 못하고 한없이 눈물만 흘렸다.

남북 이산가족 2차 상봉단의 '단체상봉'이 이뤄진 23일 오후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

남쪽에 두고 온 딸 봉자씨와 60여 년 만에 해후한 북쪽의 아버지 남궁렬씨는 딸을 껴안고 목놓아 울었다.

부녀가 헤어졌을 때 봉자씨는 한 살.

그래서 봉자씨는 아버지 얼굴조차 기억이 없었다.

6ㆍ25 전쟁통에 잠깐 나갔다 오겠다고 집을 나선 뒤 소식이 끊겨 봉자씨의 조부모는 아들의 연락두절에 3~5년 애를 태우다 화병으로 차례로 세상을 떴다.

심지어 봉자씨는 아버지가 죽은 줄 알고 제사까지 지내왔다.

봉자씨가 아버지에게 "저 알아보시겠어요?"라고 묻자 그는 "못 알아보겠다"라고 답했다.

그는 "너희 엄마는?"이라며 딸과 함께 남쪽에 남겨둔 아내의 안부를 물었고 5년 전 숨졌다는 말에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아버지는 60여 년 만에 만난 딸은 쳐다보지도 못하고 계속 딸과 함께 온 조카들에게만 말을 걸었다.

 

2차 상봉에서 남과 북 이산가족들이 만나 오열하고 있다.



전쟁통에 소식이 끊겨 죽은 줄 알았던 형제ㆍ자매들의 뜻밖의 재회도 있었다. 

남측 최고령자 이오순(94) 할머니는 상봉장으로 들어오는 북측 동생 조원제(83) 할아버지를 만났다.

어릴적 호적 등록을 아버지가 안해줘 성이 이씨가 된 할머니는 동생의 손을 잡고 계속 "고맙다"며 오열했다. 

동생도 "누님, 누님, 우리 누님, 이게 얼마 만이오. 나는 누님이 안 계실 줄 알았소. 누님"이라고 끝없이 '누님'을 부르며 울었다.

이 할머니도 전쟁통에 나간 동생이 죽은 줄 알고 오래전부터 제사를 지내왔다.

북쪽의 리종성 할아버지와 남쪽 동생 종신ㆍ영자씨 삼남매도 얼굴을 보자마자 얼싸안고 목놓아 울었다.

제주도가 고향인 리 할아버지는 가족들이 죽은 줄로만 알고 묘비까지 세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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