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권에서 통하던 기업들의 가격인상 시기를 늦추거나 인상 철회를 종용하는 등 과거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모양새다.
정권 초기에 강력하게 고삐를 죄었지만 실적 악화에 시달리던 기업들은 결국 참지 못해 터뜨렸다.
한마디로 새 정부 출범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서민 물가 정책은 '실패'라는 평가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밀가루와 우유를 신호탄으로 시작된 물가 인상은 새해 들어서는 아예 주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해 밀가루·우유가격 인상 등으로 원재료비 부담이 커지고, 소비 축소로 실적이 악화되자 가격인상을 통해 만회하겠다는 전략이다.
오리온은 지난 연말에 주력 상품인 초코파이 가격을 기존 4000원에서 4800원으로 20% 인상했다. 음료업계 1, 2위를 다투고 있는 롯데칠성과 한국코카콜라도 사이다와 콜라 가격을 6~7% 가량 올렸다.
새우깡 등 과자가격은 계속해 치솟고, 맥도날드의 빅맥 햄버거도 10% 가까운 인상률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가격 인상 행렬은 수입화장품과 명품까지 이어지고 있다. 로레알그룹 화장품브랜드 비오템과 아르마니·입생로랑 등은 지난 1월부터 2~7% 가격을 인상했고, 로렉스 등 명품업체들도 오는 3월부터 일부 제품가를 인상할 예정이다.
대형마트도 실적악화로 부담이 이어지자, 최근 '1+1' 행사 등을 아예 없애는 등 서민들의 장바구니는 점점 가벼워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문제는 지난 정권까지 정부가 물가를 강력하게 옥죄었지만 새 정부에 들어서는 이를 묵인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가격을 올리기 위해서는 관계부처를 찾아가 어느정도 허락을 받고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며 "하지만 지난 정권에서는 관계부처에 장부를 들고가 가격인상에 대한 필요성을 하소연할 생각조차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이번 정권은 다르다. 기업들의 투자를 촉진시키고, 인플레이션 등을 통한 효과를 노리기 위해 가격 인상을 은연 중에 허가해주고 있다는 분위기"라며 "정부는 이를 통한 경기 활성화 기대하고 있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분위기가 알려지면서 소비재를 생산ㆍ판매하는 기업들은 '이때다'하며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하고 있어, 소비자 물가 상승은 걷잡을 수 없을 전망이다.
식품업체들은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서 강한 인상압박을 받고 있으며, 원가 및 물류비 부담이 커지는 화장품ㆍ패션 업체들도 이를 피해갈수 없는 입장이다.
특히 가격인상 움직임이 번지기 시작하면 생필품 전반에 걸쳐 가격인상 움직임이 일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가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1년간 새정부의 서민물가 정책은 사실상 실패"라며 "앞으로도 생활필수품을 중심으로 물가 상승은 계속될 것으로 보여 서민들의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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