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량 늘려라”…이통3사 ‘긴장 모드’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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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3-04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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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 사옥 로비에 설치된 1등 문화 만들기 캠페인 입간판. 3일 점심 식사를 마친 직원들이 엘레베이터 탑승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송종호 기자]



아주경제 송종호 기자 =  #지난 3일 오전 서울역 맞은편 LG유플러스 사옥 1층. 전에 없던 입간판이 등장했다. 이 입간판에는 ‘9시 업무 시작’, ‘1시간 중식 준수’, ‘1등 기본을 지키는 LG유플러스의 조직문화’라는 문구가 적혔다. 그날 오후 1시께 늘 붐비던 1층 사내카페는 전과 다르게 한산했다.

이동통신 3사가 승부 전략으로 직원들의 ‘긴장모드’를 택했다.

그러나 경영진의 생각과 달리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근무 시간 확대, 식사 시간 축소 등 기강잡기에 나서면서 직원들의 업무 강도는 더욱 세지고 있다.

황창규 회장이 이끄는 KT는 조직에 대대적인 혁신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가장 큰 변화로 전에 없던 주말 근무가 생겨났다. 팀장급 이상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출근해 주말 사무실을 채우고 있다. 이에 대해 KT관계자는 “모든 직원들이 주말 출근을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일부에서 이뤄지고 있음을 인정했다. 최근에는 팀장급 이하 직원들도 주말 근무를 시작할 것이라는 소문이 KT 내부에서 나돌고 있다.

급격한 변화가 불필요한 오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KT는 얼마 전 구내식당 부서별 이용 시간을 지정했다가 철회했다. 직원들의 불편이 가중됐고 황 회장이 업무효율과 집중근무를 이유로 경직된 문화를 심으려 한다는 지적이 안팎으로 오르내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황 회장과는 관련성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복수의 KT 관계자는 “별도 지시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식당 측의 요청으로 시설관리본부에서 시간표를 만들었다가 사라진 해프닝”이라고 설명했다.

황 회장이 임직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긴장감을 불어 넣고 있는 이유는 부진한 지난해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서다. 또한 영업정지를 앞두고 시장 점유율 30% 선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작용했다. LG유플러스가 매섭게 뒤를 쫓고 있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는 시장 점유율 20% 고지 점령을 위해 직원들에게 채찍질을 가하고 있다. LG유플러스에게 20% 달성은 KT의 30% 선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또 다른 의미다. 이를 위해 LG유플러스는 1층 로비에 조직 문화를 알리는 입간판을 설치하고 기장 다잡기에 나섰다.

효과는 즉시 나타나고 있다. 이전에는 빈자리 찾기가 어려웠던 로비 1층 카페가 한결 여유로워졌다. 여기에는 지난달 도입한 일등 문화 만들기 캠페인이 정착한 이유가 크다. 이 캠페인의 대표 격인 ‘911문화 운동’은 오전 9시부터 11시를 집중 근무 시간으로 정하고 직원들이 근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장려한다.

그러나 LG유플러스에도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 임직원은 “최근에는 자율적인 조직문화에서 벗어나 상당 부분을 규제하려고 해서 당근 없이 채찍만 맞는 것 같은 느낌”이라며 “몰아치기만 해서 1등 문화가 정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중인 SK텔레콤도 여유롭기만 한 분위기는 아니다. 최근 보조금 과다 경쟁을 일으킨 장본인 중 하나로 지목될 만큼 사내 분위기는 긴장감에 휩싸였다. 방심하면 점유율 50%가 깨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갖고 있다.

이런 분위기속에 SK텔레콤은 판매점들을 압박하고 있다. 한 판매점 관계자는 “SK텔레콤은 다른 경쟁사 제품이 자사 제품보다 많이 팔리면 판매 코드를 삭제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직접 겪은 일은 아니지만 조마조마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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