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사로 분류되는 장비‧재료업체와 달리 팹리스는 이들 기업에 경쟁사의 성격을 띠기 때문에 단순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넘어 국가적 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는 의미로 해석된다.
5일 업계 및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300억원과 150억원을 출자해 반도체 펀드를 조성했다. 이 펀드는 팹리스를 포함한 중소반도체 기업의 성장 촉진을 위한 투자 재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450억원에 더해 정책금융공사, 모태펀드 등이 참여하면서 펀드 규모는 총 1350억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중소 반도체 기업에 집행된 투자실적도 매년 증가했다. 2011년 11억원에서 2012년 314억원, 지난해에는 가장 많은 466억원이 투자됐다. 협회는 올해도 150억원을 신규 투자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금까지 투자된 총 800억여원 중 장비업체와 부품‧서비스업체에 각각 264억원과 250억원이 투자됐다. 하지만 팹리스 업체들에도 이에 못지않게 189억원의 투자금이 할애됐다. 다음으로 재료와 테스트업체에 각각 90억원, 7억원씩 쓰였다.
협회 관계자는 “기존에 결성된 펀드 투자금이 소진됨에 따라 추가 M&A 수요 등을 조사해 올해 신규 펀드 조성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조 부문을 파운드리에 맡겨 초기 자본 부담이 덜한 팹리스는 퀄컴처럼 아이디어와 설계 기술만으로 세계 시장을 넘볼 수 있기에 대표적인 창조경제 산업으로 꼽힌다. 하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국내 반도체 제조 경쟁력에도 국내 팹리스와의 협업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일례로 파운드리를 수행하는 삼성전자의 경우 글로벌 대형 고객사의 발주에만 매달리는 경향도 나타났던 게 사실이다.
이러한 삼성전자도 최근에는 파운드리 관련 조직을 재정비해 사업 범주를 넓히며 지난해 말 국내 업체와도 생산 계약을 맺는 등 국내 영업을 강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주도 아래 반도체 제조기업과 팹리스 간 R&D 협력도 강화되는 추세다. 정부는 특히 SoC의 국산화율을 제고하기 위해 삼성전자 등 수요기업과 팹리스 간 공동 기술 개발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 DS부문 메모리사업부 김기남 사장이 회장으로 취임한 협회는 지난해 팹리스 R&D 지원 사업을 이어받기로 했다. 정부로부터 사업비를 지원받아 오는 5월부터 3년간 팹리스의 모바일, 디지털가전, 자동차, 에너지 등 시장성장 유망분야 기술개발 과제를 추진한다. 또한 같은 기간 팹리스의 SoC-SW 융복합 미래형 반도체 기술 및 플랫폼 개발 과제도 추진해 기술 개발과 동시에 팹리스 고용연계형 인력 양성도 지원할 방침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