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연임이 확정된 나재철 대신증권 사장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나 사장은 올해 대신증권의 '기본'으로 돌아가 위기를 돌파할 생각이다. 바로 고객이다.
10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나 사장은 "장기적으로 고객 일생의 현금 흐름을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마련, 평생 동반자 관계를 만들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대신증권은 올해 자산영업 활성화를 목표로 다양한 실험을 시작했다. 나 사장 직속으로 고객자산본부가 확대 개편됐다. 상품개발 역량과 고액 자산가들에 대한 영업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패밀리오피스' 상품부서가 신설됐다.
전통적으로 대신증권은 브로커리지(위탁매매)가 성장축을 담당했다. 이는 대신증권이 고객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는 얘기다. 자산영업에서도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다.
일례로 대신증권은 지난 2010년부터 시작한 '금융주치의' 서비스를 올해 한층 강화한다. 금융주치의는 자산기반 금융컨설팅 서비스 브랜드 이름이다. 대신증권에서 일하는 2160여 명(작년 9월 기준) 직원 가운데, 약 7%에 해당하는 150여 명이 금융주치의로 활약 중이다.
나 사장은 "직원들에게 기존의 발상을 뒤집는 혁신적인 서비스를 개발하라고 독려한다"며 "회사 입장에서 큰 이윤이 남지 않아도 고객이 편하다면, 궁극적으로 고객 가치를 높이는 셈이 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예가 작년 8월 선보인 KT와 통신비 결제 제휴 서비스다. 이는 종합자산관리계좌로 통신비를 결제할 경우 일정 금액을 패이백(Payback)해주는 서비스다. 신용카드를 통한 주식거래 수수료 결제 서비스 또한 대신증권이 업계에서 처음 선보였다.
대신증권은 '오너 증권사'가 조용할 것이란 편견을 과감히 깨고 있다.
대신증권은 사업 다각화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적극적인 인수합병(M&A) 전략을 펼쳐왔다. 대부분 증권사들은 증시가 활황일 때 실적 부진을 단숨에 만회할 수 있다며 M&A에 소극적인 실정이다.
나 사장은 "지난 2011년 저축은행에 이어 2012년 한국창의투자자문을 인수, 자산운용 부문을 강화했다"며 "현재 우리에프앤아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신증권 선택은 올해 빛을 보기 시작했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대신저축은행은 작년 7~12월 반기 누적으로 약 30억원 당기순이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같은 해 8월 이후로는 월별 흑자가 이어지고 있다.
대신자산운용은 창의투자자문 흡수 합병 이후 작년 4월 서재형 대표가 취임, 총 운용자산(펀드+일임) 규모가 빠르게 늘고 있다. 운용자산 규모는 작년 8월 9500억원에서 올해 초 3조원으로 3배 넘게 뛰었다.
특히 대신운용은 작년 9월 말 선보인 '에버그린롱숏사모펀드'가 나흘 만에 1000억원 규모 기관자금을 모집해 시장을 놀래킨 바 있다.
대신증권이 우리에프앤아이를 눈독 들이고 있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우리에프앤아이는 부실채권의 인수부터 처분까지 전 과정 업무와 부실채권을 기초로 한 유동화증권 관리를 주업으로 하고 있다.
나 사장은 "우리에프앤아이를 인수하면 기존 사업과 다른 분야인 부실채권 사업에 진출이 가능하다"며 "부실채권을 통해 신탁이나 랩과 같은 상품으로 변형, 판매하는 시너지를 얻을 수 있어 (대신증권이) 상품 분야에서 또 다른 강점을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증권은 공익을 중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중소기업 전용시장인 코넥스에 적극적이다.
대신증권은 코넥스 출범 전 80곳이 넘는 기업으로부터 상장의향서를 받았다. 작년 대신증권이 상장을 주선한 기업은 엔지켐생명과학을 비롯해 7개다. 코넥스 상장기업은 48개에 불과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상당한 규모다.
이는 대부분 증권사들은 코넥스에서 주관 업무가 실익이 없다고 판단,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상황과 크게 대비된다.
나 사장은 "코넥스는 기술 중소 기업의 자금 조달을 매끄럽게 하고 자금 회수와 재투자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만든 새로운 자본시장"이라며 "코넥스가 향후 활성화되면 침체된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 사장은 올해 금융소비자 보호에도 만전을 기할 예정이다.
그는 "작년 8월 최정석 준법지원본부장을 금융소비자보호 총괄 책임자로 선임하고 금융소비자보호팀을 금융소비자보호부로 승격시켰다"며 "이 부서는 금융상품 기획부터 사후 관리까지 전 과정에 걸쳐 내부통제를 담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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