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ㆍ이혜림 기자 = 자구 계획안 이행을 놓고 채권단으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는 동부그룹이 매각 대상으로 정한 동부하이텍과 동부제철(인천공장) 등이 포함된 그룹 임원·경력사원 공채를 실시한다.
그룹 경영일정에 따른 정기 공채라고 하지만 채권단의 자구안 이행 압박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매각 대상 계열사 임직원 채용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 관련 업계에서는 주의 깊게 바라보고 있다.
동부그룹은 10일 일부 언론 매체를 통해 그룹 임원 및 경력사원 공채를 발표했다. 오는 19일까지 온라인을 통해 접수하는 이번 공채에는 총 6개 사업부문 25개 계열사가 참여한다. 이 가운데 지난해 11월 동부그룹이 자구안을 발표하며 매각 대상으로 밝힌 계열사중 △동부하이텍이 영업·마케팅, 공정개발, 소자 신뢰성, 설계 부문 △동부제철은 열간압연, 열연연구, 냉연연구 부문 △동부특수강은 재무·세무회계, 신제품 개발, 품질 부문 등에서 인재를 뽑는다. 역시 매각 대상인 동부메탈은 이번에 채용 계획이 없다.
최근 채권단측에서 동부그룹이 자구안 이행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지속적으로 제기한 가운데, 지난주에는 금융감독원이 동부그룹 주요 임원들과 산업은행 담당자들을 불러 자구안의 가시적 성과를 내놓으라고 강력히 주문했다. 금감원측은 동부그룹을 둘러싼 금융시장의 불안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구조조정안 이행에 대한 의지를 보여달라는 것이다.
이러한 채권단과 금융당국의 요구 직후 동부그룹이 임원·경력직 공채를 실시하는 것에 대해 시기적으로 여러 가지 해석을 낳고 있다.
이에 동부그룹측은 계열사 임직원ㆍ 경력직 공채는 지난 2000년부터 매년 이 시기에 진행해왔던 만큼 특별히 의미를 담을 필요가 없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동부그룹측의 설명 대로라면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매각 대상 계열사들이 김 회장이 애착을 갖고 키워왔던 기업인만큼 매각이 성사 될때까지 회사 운영에 있어 공백을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하지만 과거 김 회장이 결정을 번복했던 사례도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분석이 100% 맞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동부하이텍 적자 확대와 동부제철 당진 제철소 투자 등으로 인해 유동성 위기에 몰렸던 지난 2009년 당시 김 회장은 채권단의 요구 대신 자력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겠다며 자구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전까지 김 회장은 당초 산업은행과 벌여온 동부메탈 매각 협상을 철회하고 자신의 사재 3500억원을 투자해 이 회사 지분 50%를 인수하는 1조5000억원의 재무구조 개선안을 내놨다. 이 때 김 회장은 산은이 주도하는 구조조정펀드(PEF)를 통해 회사를 매각할 경우 기업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없다고 판단해 협상을 철회했다.
일단 매각 일정이 지연돼 올 연말 또는 내년 이후에나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전에라도 동부하이텍과 동부메탈 등의 기업가치가 충분히 회복된다면 김 회장은 매각 방침을 바꿔 다른 방법의 방법을 제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예상이 구체화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그룹의 알짜 계열사를 헐값에 팔 순 없다는 김 회장의 생각이 확고하고 유동성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된다면 동부그룹의 자구안은 변경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게 재계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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