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포스코 내·외부에서는 권 내정자가 지난 6일 조직 개편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특별한 이유 없이 지연돼 결국 주말을 넘기고 말았다. 관계자들이 꼽는 예정 일자는 11일. 이 날도 발표가 미뤄지면 주총 날까지 공개되긴 어려울 전망이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권 내정자가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격이 되는 것이다.
공식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그는 기 발표한 일부 인사를 통해 조직 개편과 인사를 조기에 마무리 지어 새 회장 취임에 따른 조직 분위기를 빨리 안정화 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지난달 24일 포스코 사내이사 5명중 4명을 교체했고, 27일 패밀리 상장 6개사 대표이사 중 5명을 바꾼 것이다.
이어 조직 개편안 조기 발표를 통해 권 내정자의 포스코 경영의 지향점을 미리 확인하는 한편, 비상장 패밀리 계열사 대표 인사도 주총 이전에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됐다. 현재 비상장 계열사 대표이사도 1~2명을 제외하고 전원 교체가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조직 개편안 발표가 늦어지며 배경에 대한 의문은 커지고 있다. 권 내정자의 리더십과 추진력에 걸림돌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포스코 출신 관계자는 “언론에서는 지난주가 발표 시점이라 점쳤지만 실제로 예상됐던 일정은 10일 아니면 11일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의도 한 것은 아니지만 예정일을 미룬 꼴이 되 버렸으니 11일에도 발표가 안 된다면 그에 대한 의혹이 사실이라는 모양새가 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가 말하는 의혹이란 포스코의 경영에 개입해왔던 이해 관계자들의 관계 불화설과 권 내정자의 경영방침에 반대하는 사내 인사들의 반발 등을 말한다. 매번 포스코 회장 선출 과정에서도 불거져왔던 이러한 의혹은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신임 회장 취임 전후 포스코 조직을 흔들어왔으며, 이번에도 좀처럼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강력한 추진력으로 밀어붙이는 최고경영자(CEO)와 달리 철저하고 꼼꼼히 분석해 결단을 내리는 권 내정자의 리더십이 아직 포스코 패밀리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어 의혹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포스코 관계자는 “권 내정자는 조직 개편안을 결정하면서 그 역할에 맞는 적정 인사를 모두 직접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해당 인사의 여러 가지 사항을 폭 넓게 살피다 보니 기존 업무 패턴에 익숙해 있던 사람들로서는 답답해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이 자칫 결단력이 떨어진다는 오해를 낳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어쨌건 권 내정자가 지금의 우려를 빨리 해결하지 못한다면 자칫 취임 이후 경영활동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11일 발표를 단행할 수 있으면 하되, 그렇지 못할 경우 솔직하게 지연되고 있음을 설명함으로써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현재까지 알려진 권 내정자의 조직 개편안에는 포스코 본사 조직을 기존 기술부문, 기획재무부문, 성장투자사업부문, 경영지원부문, 탄소강사업부문, STS사업부문, CR본부, 원료본부 등 6부문 2본부 체제에서 철강마케팅, 철강생산, 경영지원인프라, 재무투자관리 등 4개 본부로 통폐합하고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가치경영실’을 부활시키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제품에 따라 탄소강과 스테인리스스틸(STS)로 구분됐던 철강사업부문을 생산과 마케팅으로 구분하면서 기존 원료본부와 기술부문이 생산과 마케팅 분야에 각각 통합될 것으로 예상됐다. 조직 통폐합에 따라 포스코 임원의 20~30%가 줄어들 가능성이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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