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동결' 결정은 시장에서도 예상하던 바였다. 대외 불확실성과 국내 경제의 완만한 회복세 지속 등 경제여건이 지난달과 크게 다르지 않고, 총재 퇴임을 앞둔 상황에서 금리를 변동한 전례가 없다는 것이 배경이 됐다.
지난달까지 시장의 혼란을 키웠던, 미국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에 따른 신흥국의 금융불안은 다소 잦아든 상태다. 그러나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 등 신흥국의 정정불안이 고조되면서 불확실성은 이어지고 있다.
추가 테이퍼링에 따라 금융불안 문제가 다시 커질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하는 데다, 중국의 경제 둔화 등도 글로벌 경제상황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향후 통화정책 운용에 대해 "앞으로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및 동유럽의 지정학적 리스크 등 해외 위험요인의 전개 상황 및 영향에 깊이 유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난달 있었던 '일부 신흥경제권의 시장 불안' 대신 동유럽 리스크가 새롭게 들어갔다.
국내 경제가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도 동결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1월 광공업 생산은 전월대비 0.1% 증가했고 서비스업 생산 역시 0.9% 늘었다. 소매판매도 내구재 중심으로 2.4% 증가해 34개월만에 최대 규모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반면 설비투자는 4분기에 대폭 늘어난 데 따른 반사효과로 전월보다 4.5% 감소했다.
2월 중 취업자 수는 전월보다 11만3000명 증가했다. 전년동월대비로는 83만5000명이 늘어 약 12년만에 최대치를 찍었다.
이 기간 소비자물가는 전년동기대비 1.0% 상승해 안정적 수준을 유지했고, 같은 기간 수출은 1.6% 증가했다.
금통위는 국내 경기에 대해 "내수관련 지표의 개선과 부진이 병존하는 가운데 수출이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경기가 추세치를 따라 회복세를 지속했다"고 평가했다.
경제 지표만 보면 금리 인상을 검토해야 할 때이나, 민간부문 회복세가 아직까지 미약하다는 점과 낮은 수준의 물가는 금리 조정에 있어 부담으로 작용한다.
100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도 금리의 발목을 잡는다.
다만 김중수 한은 총재는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가계부채 자체가 금융안정을 해하고 위기로 발생할 것 같진 않다"면서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거시건전성 규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금융기관의 입장에서 제도 불안을 유발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부채 해소 방안에 대해 "부채 증가속도를 뛰어넘는 성장을 통해 문제를 푸는 것이 시간이 걸리지만 경제에 주름살을 주지 않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금통위 회의는 김 총재가 임기 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마지막 회의였다.
지난 1999년 통화량 중심에서 금리 중심으로 통화정책 운용방식이 바뀐 이후부터 총재가 퇴임을 앞둔 달에 기준금리가 변경된 적은 한번도 없었다.
김 총재는 부채 문제와 관련해 지난 4년간 한은의 통화정책 책임론이 불거지는 데 대해 "옳고 그르다기보다 선택의 문제"라며 "모든 것으로부터 중앙은행의 책임이 자유로울 순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대내외 경제 상황을 감안해, 이주열 차기 총재후보가 공식 취임하더라도 당분간 기준금리 동결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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