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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제12기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 기자회견에서 리커창 총리가 기자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베이징 = 중궈신원왕]
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11일간 이어진 ‘2014 양회(兩會·전인대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막을 내린 가운데 리커창 총리의 화려한 어록들이 인터넷을 통해 연일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중궈신원왕(中國新聞網) 등 현지언론매체는 제12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제2차 전체회의 폐막식 이후 열린 118분간의 국내외 기자회견에서 리커창 총리가 화려한 언변을 선보이며 '실무파 개혁총리'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했다고 14일 보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리 총리는 미국 CNN기자의 말레이시아 항공 관련 질문에 대해 “단지 실낱같은 희망만 있다면 절대 구조작업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변을 하는 것으로 포문을 열었다.
정치ㆍ외교와 관련해 향후 정부의 반부패 행보에 대해 묻는 질문에 리 총리는 “부패는 인민정부의 천적”이라며 “정부는 법치이념과 제도를 통해 권력을 다스리고(管權) 재물을 다스리겠다(管權)”고 강조했다.
정부 행정 개혁과 관련해서 '간정방권'(簡政放權·권한을 하위단위로 이양)'의 중요성을 이야기할 때에는 '간정방권'은 부패를 척결하는 '부저추신지책'(釜底抽薪之策·솥 밑에 타는 장작을 꺼내 물이 끓어오르는 것을 막는 계책)이라며 “활시위를 떠난 화살이 다시 돌아오는 법은 없다. 끝을 보기로 했으면 용감하게 앞으로 나아갈 일만 남은 것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리 총리는 중미관계와 관련해 서로 충돌하지 말고 상호이익을 존중하며 공영하자는 뜻을 담은 '신형대국관계 건설'을 강조하면서도 '지자구동 우자구이(智者求同 愚者求異)'라는 뼈있는 한마디를 곁들였다.
경제와 관련한 질문에 있어서도 리 총리는 "무릇 일하는 데서 어려움을 두려워하지 말고 오직 준비하지 않음을 두려워하라"(但凡事不患難 但患无備), "도끼를 잘 갈아야 장작도 잘 팰 수 있다"(磨好了斧子才能劈開柴)는 성어를 비롯해 “장애물을 직시하고 도전에 맞서 이로운 것만 취하고 해로운 것을 피할 수 있다면 이것이 위기를 극복하는 왕도다”라는 말로 경제 분야에서 발생할 다양한 불확실성에 정면 대응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특히, 그림자 금융 등 금융채무 리스크를 논할 때 리 총리는 "오늘의 디딤돌을 내일의 걸림돌이 되게 할 순 없다"며 금융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중국인의 최대 관심거리인 스모그와 관련해서는 “스모그를 퇴치하는 것은 장기전이지만 바람과 비를 기다리듯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 스모그를 비롯한 국내 오염에 전쟁을 선포한다”며 대기오염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의 정책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까지 철저히 감독해 책임을 추궁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기자회견 마지막에선 중국의 역사가 사마천(司馬遷)이 ‘사기(史記)’에 남긴 말인 ‘민이식위천(民以食爲天ㆍ백성은 먹는 것을 하늘로 여긴다)’을 인용하면서 기자들에게 “(취재하느라고 식사도 못하는) 여러분들을 배고프게 만들어 죄송합니다”라며 센스있게 말을 건네기도 했다.
네티즌들은 시의적절한 사자성어와 국민에게 직접 와 닿는 친근한 어휘들을 사용해 기자들의 질문에 막힘없이 답변을 하는 리 총리의 모습을 보며 과거 총리와 다른 ‘리커창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평을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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