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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잇세컨즈 제공
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글로벌 SPA(제조ㆍ유통일괄 의류) 브랜드 공세에 위축됐던 토종 SPA 브랜드가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저렴한 가격은 물론 한국인 체형에 맞춘 사이즈와 뛰어난 품질로 무장한 이들의 등장에 소비자들도 '매출'로 화답하고 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에잇세컨즈는 론칭 첫해인 지난 2012년 600억원에 이어 지난해 매출 1300억원을 돌파하며 론칭 2년 만에 연매출 1000억원을 달성했다. 올해는 30여개 매장을 확보해 전년보다 46% 성장한 19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에잇세컨즈의 성장 속도는 글로벌 SPA 브랜드 1위인 유니클로가 진출 5년이 지난 시점에서야 2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는 현실을 감안해도 빠른 편이다. 특히 최근에는 자라 국내 1호점이었던 강남구 코엑스몰 명당 자리를 꿰차 구겨졌던 국내 SPA 브랜드의 자존심도 세웠다.
이랜드가 지난 2009년 내놓은 SPA브랜드 스파오도 론칭 5년 만에 매출 2000억원 목전에 와있다. 한국인 체형에 맞춘 사이즈와 디자인,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출시 첫해(2010년) 400억원의 매출을 올리더니, 지난해에는 1400억원으로 3년 만에 250%가 넘는 성장률을 보였다.
신성통상이 만든 탑텐의 성장도 무섭다. 지난 2012년 대학로 1호점을 론칭한 이후 1년만에 100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빅브랜드로 성장 한 것이다. 회사 측은 현재 63개인 매장을 75개로 늘리고 매출 목표도 50% 상항조정한 1500억원으로 정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요즘같은 상황에 론칭 1~2년만에 100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패션브랜드가 탄생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명확한 콘셉트와 브랜드 전략, 가격경쟁력만 있으면 시장에서 통한다는 것을 보여준 의미있는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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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 스파오 명동 매장
토종 SPA브랜드의 가장 큰 무기는 가격대비 높은 품질 경쟁력이다.
이들 브랜드는 경쟁 브랜드 보다 가격을 20~30% 낮췄고, 'SPA 의류는 질이 안좋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품질 수준을 상향 조정했다.
2030세대를 주력 타깃으로하는 에잇세컨즈는 남성ㆍ여성ㆍ라운지웨어ㆍ액세서리ㆍ데님 등 기본 5개 아이템이 7~14일마다 출시될 정도로 회전율이 빠르다. 또 글로벌 SPA브랜드와의 차별화를 위해 한국인의 정서와 문화, 체형 등을 분석해 철저히 현지화 했다.
이랜드는 '고객에게 1/2 가격에 2배의 가치를 제공한다' 평소 철학을 SPA 사업에도 그대로 반영했다. 소재를 구입한 지역에서 바로 제품을 생산하는 '원산지 직가공 방식'을 도입해 제품가격을 대폭 낮췄으며, 베트남 탕콩을 비롯해 중국,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등 이랜드 자체 생산 공장을 통해 품질 수준을 균일화했다.
톱텐은 갭ㆍ아베크롬비 등 해외 브랜드 OEM 제공 업체의 노하우를 이용해 티셔츠, 맨투팬셔츠, 팬츠 등 기본 아이템의 가격을 낮춰 공급했다. 상품별로 가격대를 다르게 책정해 다양한 연령층이 유입될 수 있도록 한 전략도 적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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