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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나바로/ 갤러리 현대 제공.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 미국과 유럽 미술계에서 '네온 아트의 떠오르는 별'로 뜨고 있는 이반 나바로(41)가 내한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전시 를 열고 있다.
2009년 제 53회 베니스비엔날레 칠레관에서 개인전을 여는 등 뉴욕을 기점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는 최근 뉴욕 메디슨 스퀘어 파크에서 대형 급수탑에 이민자의 힘든 삶을 위로하는 메시지를 네온으로 써넣어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세계미술계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작가의 아시아 첫 개인전이기도 한 이번 전시는 갤러리현대가 3년전부터 추진해온 전시다.
이번 전시에는 이반 나바로의 대표작인 '네온 조각'과 설치작품등 14점을 선보인다.
'299 792 458 ㎧'. 숫자로 된 타이틀이 전시 제목이다. '빛의 속도'를 뜻한다.
칠레 출신의 이 작가, '빛'(밝음)에 한이 맺혀 있다.
작가가 태어난 1년후 칠레는 군부독재가 시작됐다.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의 잔인한 정권속에서 성장했다. 피노체트는 1973년 쿠테타를 일으켜 대통령직에 오른 이후 17년간 칠레를 통치하며 반정부 시위대와 정적을 무자비하게 탄압해 악명을 떨쳤던 인물이다.
시민 통제를 위한 통행금지와 정전을 겪어야 했던 어린 시절의 어두운 기억은 이반 나바로의 작품의 주제와 소재가 되었다. 빛으로 대중을 제어하던 군부독재의 장치가 예술로 승화된 셈이다.
스무살이 되던해 돈이나 벌어보겠다고 뉴욕에 있던 친구집을 찾아간후 인생이 달라졌다. 20년간 독재생활에 눌려있던 그에게 뉴욕은 문화 해방구이자 자신의 욕망을 분출시킬수 있는 공간이됐다.
2003년 우연히 차이나타운을 지나다 벽에 달린 별 모양 램프에서 별이 끝없이 멀어지는 듯한 것을 본 작가는 그 뒤로 다양한 종류의 거울로 실험했고 지금의 작품을 만들어 냈다.
일반 거울을 일방 투시 거울의 반사면을 바라보도록 배치하고 그 사이에 마치 (그린라이트가 켜진듯)초록의 조명을 둬 조명이 무한히 반복하는 이미지를 연출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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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놓인 평면인데, 볼수록 깊은 나락으로 빠질것 같은 깊이감을 보이는 이반 나바로의 작품./사진=박현주기자
작품은 '매직아이'같은 마법을 부린다. 보기엔 두께도 얇고 간단한데 보면 볼수록 우물같은 깊이에 몸서리친다. 분명, 전시장 바닥에 설치됐는데 무서움에 사로잡힌다. 들여다 보면 아찔함에 흠짓, 본능적으로 한걸음 물러서게 된다.
작가는 2011년부터 유명한 고층 건물의 도면을 네온 조각 작품으로 선보이는 '천국 또는 라스베이거스' 시리즈를 작업 중이다. 다양한 모양의 작품은 미국 시어스타워와 콜롬비아센터 등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 경험을 준다.
이번 전시에는 잠실 롯데월드 타워도 포함됐다. 아래로 길쭉한 모양의 롯데월드 타워 작품에는 '짐'(Burden)이라는 단어를 붙였다. "단어 자체가 시적이고 추상적인 의미가 있는 데다 작품 모양이 밑으로 처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 '짐'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했다"는게 작가의 설명. 빌딩을 정확하게 축소해 만들었다는 네온 작품에는 이중의 의미가 담긴 단어들이 함께 들어있다.
전시장 지하에는 2011년 뉴욕 맨해튼 아모리쇼에서 선보인 대규모 조명 설치작 '아모리 울타리'와 같은 시리즈인 '현대 울타리'도 선보인다.
백색 형광등이 빛나는 작품은 따지고 보면 정치적이다. 원래는 남북한의 분단 현실을 떠올려 '남과 북'이라는 제목을 붙이려고 했는데 너무 노골적이어서 갤러리 현대 이름을 따 '현대 울타리'라고 제목을 달았다. 벽은 폭력으로부터 선을 긋고 보호하는 힘을 가진 것이라는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말에 영감을 받아 제작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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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가 음모라고 말하지 않는 것 처럼, 독재정권을 향해 멋지고 신비로운 작품으로 한방 날린 작가는 "나에게 미술가가 된다는 것은 멋진 것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며 칠레의 정치 비판에 물러나있지 않음을 시사한다.
네온과 거울의 일종의 눈속임같은 흥미로운 전시지만 예술가의 환경과 배경이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도 살펴볼 수 있는 전시다. 또 '와인의 나라'로 유명한 '칠레'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한다. 전시는 4월 27일까지. (02)2287-3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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