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가 신흥국 주식시장 가운데 상대적으로 한국에 덜 투자했던 것도 다른 나라보다 현저하게 적은 배당 영향이 적지않았던 만큼 유보금 과세는 큰 호재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주요 증권사는 사내유보율이 높은 기업, 즉 배당을 늘릴 공산이 커진 업체에 주목할 것을 조언한다.
15일 금융정보업체인 애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자본금 대비 유보금 비율인 사내유보율이 가장 높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는 3월 말 기준 태광산업으로 4만5936%에 달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는 최근 기업에서 과도하게 쌓아둔 사내유보금에 과세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이런 기업이 배당을 늘리면 세제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 골자다.
다른 나라를 봐도 사내유보금에 세금을 물리는 정책은 배당 확대로 이어졌다. 대만은 1999년 사내유보금에 과세하기 시작했으며, 이를 전후로 한 배당수익률은 평균 1%대에서 3%대로 약 3배 뛰었다.
국내 대기업집단별로는 롯데그룹, 삼성그룹, 현대중공업그룹, 현대차그룹 순으로 사내유보율이 높다.
현대증권 분석을 보면, 롯데그룹은 2013년 말 상장사 사내유보율이 3790%로 1위를 차지했다. 롯데그룹은 2012년에도 사내유보율이 3624%를 기록했으며, 1년 만에 166%포인트 증가했다.
삼성그룹은 2013년 말 3304%, 현대중공업그룹은 3116%를 나타냈다. 현대차그룹은 1787%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코스피 배당수익률 예상치는 올해 1.25%에 머물고 있다. 2009년 이후 올해까지 6년 연속 1%대를 못 넘기고 있는 것이다.
반면 미국 다우존스지수와 S&P500지수를 보면 배당수익률이 각각 2.27%, 1.99%로 한국을 크게 앞서고 있다. 영국(3.73%)이나 홍콩(3.66%), 중국(3.65%), 독일(2.93%)도 마찬가지다.
구재상 케이클라비스투자자문 대표는 "투자자가 증시로 오고 지수가 장기적으로 오르기 위해서는 기업이 배당을 늘려야 한다"며 "지금껏 만난 해외 투자자도 한결같이 우리 기업이 배당에 인색한 점에 대해 얘기했다"고 말했다.
곽병열 현대증권 연구원은 "대만이 사내유보율에 과세하면서 외국인 선호 현상도 뚜렷해졌다"며 "해외 투자자 비중은 세금을 물리기 전 1~2%에서 최근 14%까지 늘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이날 사내유보율뿐 아니라 주주 배당압력까지 감안한 '배당 개선주 10종목'을 추천했다. 삼성전자와 현대글로비스, SK, CJ제일제당, 제일기획, GS홈쇼핑, LG하우시스, GS, 삼성물산, 호텔신라가 여기에 해당됐다.
이에 비해 사내유보금 과세에 대한 논란 역시 만만치 않아 도입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당장 재계가 이중과세라면서 반발하고 있다"며 "소득이 있는 국민이 근로소득세를 낸 다음 저축한 돈에 또 다시 과세하겠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황 실장은 "정책에 대한 반발이 커질수록 정책 효과도 희석되는 경우가 많았던 만큼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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