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전운 기자 = 한국 맥주의 자존심이 무너졌다. 수입맥주에 맞서기 위해 프리미엄으로 승부수를 던진 에일맥주가 사실상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했기 때문이다.
특히 수입맥주 판매량은 수직 상승하는데 반해 토종 에일맥주는 몰락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과 마케팅 부재까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출시된 '토종 에일맥주' 판매량이 급감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 대형마트의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하이트진로의 '퀸즈에일'은 최고 판매량을 기록한 지난해 10월에 비해 6월 판매량은 20.1%에 불과했다. 무려 80% 이상 급감했다.
지난해 12월 65.8%까지 떨어졌던 판매량은 올해 2월 40.7%를 찍었다가 4월 67.1%로 반등했다. 하지만 5월 38.4%, 6월 20.1%로 출시 초기보다 판매량이 80%가 감소했다. 판매량이 저조하자 일부 편의점에서는 지난 5월부터 2개월간 판매를 중지하기도 했다.
그나마 오비맥주의 '에일스톤'은 출시 초기라 아직까지 급격한 판매량 하락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시중의 한 편의점 판매량을 집계한 결과 지난달 맥주 브랜드별 판매 순위에서 오비맥주의 에일스톤은 66위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맥주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미비한 편이다.
지난해 국내 대형마트가 전세계 에일맥주 판매량을 분석 결과에서도 퀸즈에일(20.1%)과 에일스톤(35.7%)은 수입 에일맥주(44.2%)에 크게 뒤처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실패와 관련해 업계 전문가들은 이미 예견했다는 평가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9월 '퀸즈에일'을 출시했고, 오비맥주는 올 4월에 '에일스톤'을 내놓았다.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가 에일맥주를 출시한 것은 라거맥주로 대표되는 국산 맥주 시장에서 획기적인 변화였다.
특히 이 제품들은 지난해 '한국 맥주는 대동강 맥주보다 맛이 없다'는 일부 외신의 보도에 국내 기업들이 발끈해 내놓은 제품이다. 사실상 '한국 맥주의 자존심'이 걸린 제품이나 마찬가지였다. 수입맥주보다 맛있는 프리미엄 제품을 출시해 한국의 기술력을 알리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출시 당시부터 전문가들은 에일맥주 사업에 의문을 제기했다. 라거 맥주에 익숙한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을 잡을수 있을지와 30%나 비싼 고가 마케팅 전략이 적절히 먹히겠냐는 것이었다.
특히 수입맥주 공세가 거세지면서 최근 대형마트와 편의점이 수입맥주를 2000원 수준까지 할인해 국내 에일맥주는 사실상 경쟁력은 잃었다는 평가다. 퀸즈에일은 현재 2350원(355㎖ 기준)이며, 에일스톤은 1900원이다.
맥주업계 관계자는 "에일스톤과 퀸즈에일이 아직 큰 주목을 받고 있지 못하는 이유는 아직까지 에일 맥주보다 라거 맥주를 즐기는 소비자들이 많기 때문"이라며 "기존 국산 맥주 대비 가격이 약 30% 이상 더 비싸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외면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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