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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KB금융에만 해당되는 문제는 아니다. 금융지주사 회장을 비롯한 임원에게 지급되는 고액연봉 문제를 비롯해 은행에 치중된 사업구조 등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되레 금융지주사 체제가 책임 경영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지주사, 한 해 인건비만 200억원 육박
금융지주사가 한 해 동안 인건비로 무려 200억원을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지난해 임원 보수 31억원, 직원 급여 164억원 등 인건비로 총 195억원을 사용했다.
신한·하나·우리금융 등 다른 금융지주사들도 인건비를 대거 지출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임원 보수 20억원, 직원 급여 164억원 등 인건비로만 총 184억원을 썼다. 직원 수는 148명에 달한다.
한동우 회장이 받은 성과연동주식 한도 4만여주(연말 종가 기준 약 14억원)를 포함하면 역시 200억원에 육박한다. 2002년 말 56명, 65억원에 지나지 않았던 것에 비교하면 직원 수와 인건비 모두 세 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2001년 3월 국내 최초로 금융지주사 체제를 출범한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2012년 직원 수와 인건비가 각각 136명, 127억원까지 늘었다. 다만 민영화를 앞두고 지주체제를 폐지하기로 해 올 들어 규모를 크게 줄였다.
2005년 출범한 하나금융지주의 지난해 말 직원 수는 111명으로, 인건비로 129억원을 지출했다. 2016년 김정태 회장과 최흥식 전 사장에 지급될 30억원(지난해 말 종가 기준) 어치의 성과연동주식까지 포함하면 총 인건비는 159억원에 달한다.
최근 은행권의 수익성 악화로 시중은행 점포 수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수천명의 직원들이 명예퇴직 등으로 은행을 떠나고 있는 반면 금융지주사의 덩치만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이다.
◆'책임경영 헛구호' 금융지주사 무용론
한동안 잠잠하던 금융지주사 무용론은 최근 KB사태를 계기로 금융권의 화두로 떠올랐다.
금융당국이 2000년대 들어 금융지주사 체제를 추진한 것은 글로벌 금융그룹을 육성하기 위한 것이었다. 은행 중심 경영에서 벗어나 증권, 보험 등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라는 취지도 있었다.
그러나 한국금융연구원의 ‘금융지주회사 제도 개선방안’ 보고서를 보면 여전히 '은행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 2012년 말 기준 10개 은행 금융지주(지난해 설립된 JB지주 제외)의 평균 지주회사 자산 대비 은행업 자산 비중은 평균 85%에 달한다. 지주회사 당기손익 대비 은행업 손익 비중 역시 평균 79%다.
현재는 신한금융지주가 은행 수익 비중을 60%까지 낮추는 등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나머지 금융지주사의 경우 여전히 은행이 전체 수익의 80~90%를 차지하는 실정이다.
올 초 카드사에서 대규모 정보 유출 사건이 터졌을 때도 금융지주사 체제가 본질적인 문제로 지적됐다. 금융사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자회사가 모든 책임을 떠안는 반면 지주사의 도덕적 해이는 여전한 것이 현실이어서 금융지주사 제도가 오히려 책임경영을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금융지주사들이 나름대로 해외사업을 강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 중심의 영업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금융지주사 체제의 허와 실을 면밀히 검토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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