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소비자물가가 23개월째 0~1%대 상승률에 그치며 저물가 현상이 장기화됨에 따라 경기침체를 의미하는 디플레이션(deflation)에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정부가 적극적인 경기부양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통화정책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1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지수는 109.38(2010년 100 기준)를 기록해 전년동월대비 1.1% 상승하는데 그쳤다.
6월 1.7%, 7월 1.6%, 8월 1.4%보다 각각 0.3%p, 0.2%p, 0.3%p 감소한 수치로 2월 1.0%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치인 2.5~3.5%대 상승률를 크게 밑돌고 있는 수치다.
특히 2012년 11월 1.6%를 기록한 이후 23개월 연속 2% 미만의 상승률에 그쳐 저물가 현상이 장기화되는 모양새로 1%대 물가를 이처럼 오랜 기간 기록한 것은 물가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65년 이후 처음이다.
아직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를 보이고 있지는 않지만 디플레이션에 대해 시선이 모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물가안정목표 범위가 2.5∼3.5%로 돼 있는데 3년째 하한선 아래로 가고 있다"며 "한국이 디플레이션 초기에 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기재부는 최 부총리의 발언이 디플레이션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그만큼 현 경제상황이 좋지 않고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염려를 나타낸다.
경제전문가 역시 당장은 디플레이션에 진입하지 않았을지 몰라도 현실 가능성은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장기화된 내수침체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2~3년 후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적극적인 경기부양 정책과 내수를 살리기 위한 각종 대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뚜렷한 개선세가 나타나지 않고 있어 금융당국이 적극적인 통화정책으로 지원사격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정성태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최근의 낮은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감안할 때 장기물가 상승률이 성장률과 동시에 하락했을 가능성이 있다"며"금리 인하를 고려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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