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재홍 기자 = 글로벌 해운업계 불황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에 국내 주요 해운업체들의 어려움도 지속되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해운 벌크선 시황을 나타내는 BDI 지수는 973(20일 기준)을 기록했다. 지난주에 비해서는 29포인트가 오른 수치이나 지난해와 비교해서는 57.2%나 하락한 수치다. 중국발 컨테이너선 운임지수인 CCFI도 1021을 기록해 전주 1058 대비 37포인트가 하락했다.
주로 원자재나 원료를 실어 나르는 벌크선의 경우 연료 소비가 많아지는 겨울철을 앞둔 3분기를 성수기로 치지만 BDI 지수는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해의 경우 BDI 지수는 올해 2113으로 시작해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지난 9월11일 1186을 기록하며 반짝 상승세를 보였으나 이후 한 달이 넘게 하락세다.
컨테이너선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CCFI와 함께 컨테이너선 주요 시황을 나타내는 중국 상하이발 운임지수인 SCFI 역시 지난주 대비 24.8포인트가 하락한 911을 기록했고, 용선료 지수인 HRCI도 전주 대비 6.5포인트가 하락, 533.3에 그쳤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아시아-유럽항로에서 중국 국경절 이후 선사들의 일괄운임인상(GRI)시도가 무산되면서 컨테이너선사들의 운임은 지난 8월 첫째 주 대비 절반수준으로 급락한 상황이다.
KMI는 유럽경게 위축으로 인해 수입물량 증가세가 둔화되고 4분기 신규 초대형선 투입량 증가 등에 따라 오는 11월 실시 예정인 GRI도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초대형 선박의 증가는 컨테이너선사들의 경쟁을 심화시켜 어려움을 더 가중시킬 전망이다. 세계 1위 머스크를 비롯해 글로벌 대형 선사들이 운임 비용 감축을 위해 이미 발주해 놓은 초대형 선박들이 지속적으로 도입될 경우 가뜩이나 공급 과잉 상태인 글로벌 해운시장의 회복은 더욱 더뎌진다는 것이다.
KMI는 향후 3년 동안 1만6000TEU급 이상 초대형 선박 인도량이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글로벌 해운시황이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장기적으로 국내 주요 선사들의 어려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컨테이너선을 위주로 하는 국내 해운업 1위 한진해운과 2위 현대상선은 최근 유동성 악화로 인한 재무개선에 집중하고 있어 투자와 발주를 늘리기 힘든 상황이다.
한진해운은 올해 초 한진그룹에 편입되면서 유동성의 숨통이 일부 트인 상황이지만, 한진그룹 역시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상황이 여의치 않아 비용 감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태다. 현대상선도 지속적인 유동성 악화로 현재 그룹 전체가 재무구조 개선을 시행하고 있어 새로운 선박 발주나 투자는 사실상 힘들다.
이러한 상황에서 글로벌 선사들은 합종연횡을 통해 시장 영향력 강화를 꾸준히 시도하고 있다. 세계 1, 2위 선사인 덴마크의 머스크와 스위스의 MSC가 내년 초 M2를 출범시킬 예정이고, 3위인 프랑스의 CMA-CGM이 주도하는 ‘오션3’가 이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각각 ‘CKYHE’와 ‘G6’에 가입돼 있긴 하지만 앞선 두 동맹체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50%에 육박해 이들 동맹이 본격적으로 출범할 경우 시장 동향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한 해운업계 전문가는 “글로벌 해운시장의 불황이 지속되면서 글로벌 시장도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이에 제대로 된 대비를 하지 못할 경우 글로벌 해운시장이 살아나도 우리 해운업이 함께 살아 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