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 일본이 추가 양적완화로 돈 보따리를 풀고 있는 가운데 우리 증시에 유입되는 일본계 자금도 5조원 수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막대한 돈을 굴리는 일본 공적연금(GPIF)이 운용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해외주식 투자비중을 늘리기로 한 것이다.
5일 금융투자업계ㆍ대신증권에 따르면 일본 공적연금은 해외주식 투자비중 조정에 따라 내년 3월까지 우리 증시 투자액을 약 4조8000억원까지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10월 말 추가 양적완화를 결정했으며 이와 동시에 공적연금도 해외주식 투자를 위한 벤치마크를 변경했다. 공적연금은 자국 안에서 채권 투자비중을 60%에서 35%로 낮추는 대신 국내외 주식을 비롯한 위험자산 비율을 50%까지 늘리기로 했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신흥국 증시에 투자하는 돈이 약 3조2000억엔(약 31조원)으로 이 가운데 우리 증시 비중은 3조원"이라며 "여기에 이번 투자비중 조정으로 1조8000억원이 추가로 유입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엔ㆍ달러 환율이 114엔에 맞먹을 만큼 엔저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싼 값에 조달한 엔을 다른 나라에 투자하는 엔캐리 트레이드도 늘어날 공산이 크다.
금융감독원 집계를 보면 유가증권시장에 들어온 외국계 자금은 9월 말 기준 총 3916조5600억원에 이르렀다. 같은 달만 봤을 때 일본계가 9294억원, 미국계는 7270억원이 유입돼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여기에 유럽계 자금도 새롭게 유입이 점쳐지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추가 양적완화에 나서면서 불어난 유동성이 신흥국 증시를 찾을 것이라는 얘기다. ECB가 실시한 유럽 역내은행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예상보다 양호하게 나온 것도 이런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임동락 한양증권 연구원은 "유럽이 자산 매입을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유로캐리 트레이드도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미국계 자금은 다소 빠져나갈 것으로 보인다. 달러가 주요국 통화 대비 강세를 보이면서 달러캐리 트레이드 이익이 줄어들고 있다. 미국 경기 회복으로 다른 나라보다는 자국에 투자하려는 심리도 강해졌다.
다만 달러 유동성이 여전히 풍부한데다 미국계 자금이 장기성향으로 분류되는 점을 감안할 때 급격한 자금 이탈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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