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30개월간 끌어온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10일 전격 타결되면서 수교 22주년을 맞은 한중 관계는 한 단계 더 발전하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
1992년 양국 수교 당시 무역 총액은 64억달러에 불과했으나 2013년 2700억달러로 약 43배 증가했다. 이는 미국(1035억달러)과 일본(946억달러)을 합친 것보다 많은 규모다. 연간 양국간 인적 교류도 1000만명 시대를 맞고 있다.
FTA 체결로 인한 경제 교류 확대는 '정냉경열(政冷經熱)'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정치·외교관계를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20년을 향한 전면적 전략협력 관계로 격상시킬 든든한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국 정부는 지난해 6월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 후 ‘미래비전 공동성명’에서 2008년 선언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내실화’하기로 합의했다.
한중 정상은 이번 FTA 체결을 계기로 향후 양국 관계를 동맹 직전의 단계인 ‘전면적 전략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키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한국과 미국 간의 ‘포괄적 전략동맹’까지는 미치지 못하지만 일반적 국가 간의 관계에서 최고 단계에 이르게 되는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10일 정상회담 모두에서 “한중 FTA 협상의 실질 타결은 글로벌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저상장 국면이 지속되는 세계경제에도 반가운 소식이 될 것”이라며 “이러한 협력 기조를 계속 이어나가면서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더욱 내실있게 발전시켜나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交情老更親'(쟈오칭라오끙친), 즉 우정을 오래 나눌수록 더욱 친밀해진다는 말처럼 시주석님과의 만남이 거듭될수록 친밀감이 커지고 한중 관계의 깊이도 더해가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시진핑 주석은 “중한 양국은 가깝게 자리잡고 있는 좋은 이웃이자 좋은 동반자”라며 “양측은 계속해서 적극적으로 노력해 중한 각 분야의 교류 및 협력에 지속적이고 깊이있는 발전을 추진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아시아 패권을 놓고 미국과 경쟁하고 있는 중국 입장에서는 경제적 측면에서 한중 FTA는 자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FTAAP)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이라는 점에서 좋은 기회다.
중국은 또 정치외교적 측면에서도 북한과 한반도 안보 현안, 일본 우경화 문제에 대한 한중 공조를 통해 동북아 균형추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는 기회 요소가 있다.
우리나라 역시 대화와 도발 등 이중적 행태를 보여 온 북한에 대해 중국을 지렛대로 활용해 남북대화 국면을 안정적으로 이끌겠다는 포석을 두고 있다.
한중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북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과 핵능력 고도화를 차단하기 위한 의미있는 대화 재개를 위해 창의적이고 다양한 방안을 협의하자"고 합의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북한의 핵에 대한 명확한 반대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철저히 준수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재천명했다.
그러나 이번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중일정상회담이 열리고, 북한도 미국인 억류자를 석방하며 북미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등 한국을 우회해 자국의 이익을 위한 전략적 움직임을 보이면서 동북아 안보 정세 흐름이 변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만약 중일, 북미 양자관계가 진전을 이루면 일본 역사 문제와 북핵 문제 등에서 한국은 외교적 지렛대를 상실하거나 외교적 입지가 더욱 좁아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일단 정부는 북한의 이번 미국인 억류자 석방만으로 당장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나 북·미관계 개선 등에 가시적인 조치가 나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일 간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해서도 중·일 간 과거사 문제 등으로 구조적인 관계 개선으로 이어지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중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연내 한중일 3국 외교장관회의 개최 필요성에 대해 인식을 같이하면서 동북아 문제에 양국 공조를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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