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만 그런 게 아니라 현지에 진출한 다수 계열사가 부진하고 미래 신수종마저도 중국에서 길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등 삼성계열사의 베트남 투자액이 11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휴대폰, TV, 가전, 디스플레이 등의 생산기지 건립에 관한 것으로 인접 수출시장인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디스플레이는 쑤저우 8세대 액정표시장치(LCD) 공장을 완공했고, 올해 삼성전자가 70억달러 규모의 시안 반도체 공장을 준공한 데 이어 삼성SDI는 최대 6억달러를 투입할 시안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한국의 대중국 직접투자액이 세계 트렌드를 역행하며 증가세를 유지하는 데 삼성의 역할이 큰 것이다.
삼성전자에 휴대폰 부품을 조달하는 삼성전기는 지난 3분기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이 적자로 전환했다. 휴대폰용 주기판(HDI)를 생산하는 삼성전기의 중국 쿤샨 법인은 올들어 3분기까지 2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쑤저우 LCD 공장도 3분기까지 누적 478억원의 순손실을 내고 있다. 여기에 내년까지 중국내 6개의 8세대 신규 공장이 가동되고, 2017년부터는 중국의 8세대 생산이 한국을 추월할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 금융업의 중국 영업부진은 오래됐다. 현지 경쟁이 치열한 탓에 삼성생명은 2005년 중국에 진출한 이후 8년째 적자늪에 허덕인다. 지난해에도 121억원의 손실을 내 박근희 전 대표가 부회장 승진 1년 만에 2선으로 물러나는 결과를 낳았다.
삼성생명의 현지 출자법인 중항삼성인수보험은 지난해 117억원의 순손실을 냈고, 올 3분기에도 삼성생명에 18억여원의 지분법 손실을 안겼다. 삼성생명이 6527억원을 들여 설립한 부동산 개발·임대업체 북경삼성치업유한공사도 3분기 누적 9억원의 순손실을 내는 등 투자금 회수가 막막하다.
삼성이 한화에 매각키로한 화학 계열사들 역시 중국으로부터 직격탄을 맞았다.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 등은 중국 자급력 확대에 따른 주력 화학제품의 수요침체로 실적부진을 겪어왔다.
삼성의 미래 신수종도 중국에 가로막혔다. △삼성전자 LED 조명부문 해외영업 중단 △삼성디스플레이의 삼성코닝정밀소재(태양광 잉곳·웨이퍼) 매각 △삼성정밀화학 태양광 폴리실리콘 사업 철수 등이 모두 중국발 경쟁심화에서 비롯됐다.
의료기기 사업도 삼성메디슨 상하이 SMS2 법인이 2012년 16억여원의 순손실을 낸 뒤 다음해 처분됐으며 남은 상하이 SMS1 법인도 올 상반기 1억9000만원의 순손실을 냈다. 삼성메디슨은 3분기 누적 25억여원의 영업적자를 봤다.
결과적으로, 삼성은 중국의 장밋빛 수요를 기대하고 무려 40여개의 현지 생산법인을 설립했지만 그 수요는 점점 더 자국기업만의 몫이 돼 간다. 삼성이 내리막길을 벗어나려면 이건희 회장의 ‘마하경영’처럼 패러다임을 바꾸는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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