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태구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맏딸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에게 호된 벌을 내렸다. 조 회장은 뉴욕발 항공편 사무장 하기 사건과 관련해 퇴진의사를 밝힌 조 부사장의 사의를 9일 전격 수용했다.
조 회장은 모나코 몬테카를로에서 열린 제127차 IOC 임시총회에 참석한 뒤 파리를 거쳐 이날 오후 4시께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조 회장은 귀국 즉시 인천공항에서 임원회의를 열고 조 부사장의 퇴진을 결정했다.
조현아 부사장은 이 자리에서 “본의 아니게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고객 및 국민 여러분에게 죄송스러우며 저로 인해 상처를 입으신 분이 있다면 너그러운 용서를 구한다.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대한항공의 모든 보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고 조회장이 이를 수용했다.
앞서 조 부사장은 지난 5일 미국 출장을 마친 뒤 뉴욕 JFK공항에서 인천으로 출발하는 KEO086 항공기에 올라 승무원이 서비스 매뉴얼을 준수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탑승교를 떠난 항공기를 돌려 세워 책임 사무장을 내리게 해 월권 논란을 빚었다.
이후 대한항공은 8일 저녁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되려 역풍을 맞았다. 조 부사장이 직접 사과하지 않고 회사를 내세워 책임을 회피하려 했다는 비판이 일은 것.
대한항공은 사과문을 통해 조 부사장의 행위에 대해 "비상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항공기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승무원을 하기시킨 점은 지나친 행동이었으며, 이로 인해 승객 분들께 불편을 끼쳐드려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항공기는 탑승교로부터 10미터도 이동하지 않은 상태로, 항공기 안전에는 문제가 없었다”며 “대한항공 임원들은 항공기 탑승 시 기내 서비스와 안전에 대한 점검의 의무가 있다”고 해명했다.
또한 대한항공은 사과문에서 사무장을 내리게 한 이유에 대해 “규정과 절차를 무시했다는 점과 매뉴얼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변명과 거짓으로 적당히 둘러댔다는 점 등을 문제로 삼은 것”이라며 “임원으로서 문제 제기 및 지적은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지만 오히려 논란을 키운 꼴이 됐다.
이와 관련해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도 이날 성명을 내고 회사측의 해명에 발끈하고 나섰다.
노조는 “회사는 사과문에서 조 부사장의 중대한 과실을 덮으려고 승무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면서 “이번 사건과 관련한 기장과 객실승무원에게 책임을 묻기보다 직원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경영진의 과실부터 깨끗이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한항공은 전날 조 부사장이 기내 서비스를 책임진 임원으로서 승무원의 서비스 문제를 지적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면서 “매뉴얼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변명과 거짓으로 적당히 둘러댔다는 점을 들어 조 부사장이 사무장의 자질을 문제삼았다”고 해명했다.
사과문에 대한 질타는 여러 곳에서 이어졌다.
참여연대는 이날 공식 논평을 통해 조 부사장의 행위를 '갑질 중의 갑질'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향후 재벌 일가의 횡포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10일 오후 2시 서울서부지검에 고발하겠다며 구체적인 계획도 공개했다.
국회에서도 대한항공의 사과문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수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한항공은 사과문을 냈지만 반성은 없이 승무원에게만 책임을 넘기는 갑(甲)질로 일관했다”며 “임원에게 서비스 점검의 의무가 있다는 말은 변명에 불과하며 재벌 오너의 심기를 거스른 것이 문제였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대한항공이 이번 일로 승무원 교육을 철저히 교육해 서비스 질을 높이겠다고 한 것에 대해 “교육을 강화해야 할 대상은 재벌 오너지 애꿎은 승무원 아니다”라며 “국토부는 철저히 진상을 조사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이개호 의원은 “대한항공은 기장과 협의한 행동이었다고 하지만, 사주의 딸로 사내에서 절대 권력을 가진 부사장의 분부에 토를 달 기장이 있겠나”라며 “재벌 자녀의 도덕적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인 만큼 국가인권위법 위반 여부를 따지는 것을 포함해 법적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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