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박근혜 대통령도 끝내 친인척들의 검찰 소환사(史)에서 예외가 되지 못했다. 하나 밖에 없는 남동생 박지만 EG 회장이 ‘비선실세 국정개입’ 문건 유출 파문으로 15일 검찰에 자진 출석했기 때문이다.
다만 박 회장은 이날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조사를 받았기 때문에, 향후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앞서 전직 대통령 친인척들처럼 구속기소나 처벌이 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그러나 참고인 신분이라 해도 현직 대통령 집권 2년차에 대통령의 친동생이 검찰청에 모습을 드러낸 것만으로도 정권 차원에서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앞서 역대 대통령의 친인척 검찰 소환은 집권 말기에 이뤄지면서 친인척 비리 또는 검찰 수사는 ‘레임덕 시계’와 궤를 같이 했왔다.
직전 정권인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집권 5년차에 접어든 2012년 10월 아들 시형씨가 내곡동 사저부지 의혹사건과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에 소환됐다. 또 같은 해 이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은 저축은행 비리와 관련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 직후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돼 노 전 대통령 본인을 비롯해 부인 권양숙 여사, 아들 건호씨, 형 건평씨 등 온가족이 검찰조사를 받는 수모를 겪었다. 결국 형 건평씨는 2006년 세종증권 인수 청탁의 대가로 세종캐피탈 사장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이와 별도로 노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는 외화 밀반출 혐의로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르기도 했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집권 5년차에 ‘홍삼 트리오’로 불린 세 아들(홍일·홍업·홍걸)이 각종 권력형 게이트에 휘말리면서 곤욕을 치렀다. 먼저 차남 홍업씨가 ‘이용호 게이트’에 연룩돼 구속기소,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이후 2005년 사면조치를 받았다. 3남 홍걸씨도 2002년 ‘최규선 게이트’ 에 연루돼 수십억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장남 홍일씨마저 부친 퇴임 직후인 2003년 나라종금 로비 의혹에 연루돼 불구속 기소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아들인 현철씨가 1997년과 2004년 2차례에 걸쳐 로비 의혹을 받아 검찰에 구속기소돼 유죄가 확정되면서 ‘소(小)통령’ 논란에 시달려야 했다. 현철씨는 두 차례 모두 사면·복권됐지만, 당시 김 전 대통령은 “아들의 허물은 곧 아비의 허물”이라며 대국민 사과를 해야만 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었다. 딸 소영씨가 외화 밀반출 및 밀반입 혐의로 한국과 미국 양국 검찰의 수사를 받았고 처사촌 박철언 전 의원도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았다.
전두환 전 대통령도 퇴임 직후인 1988년 형 기환씨가 노량진수산시장 운영권 강탈 혐의로, 동생 경환씨가 새마을본부 공금 횡령 혐의로 각각 구속되면서 수모를 겪었다. 전 전 대통령의 아들과 처남 등은 지난해 미납추징금 수사로 인해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비록 참고인 신분이었지만 박지만 회장은 이번 검찰 조사에서 10시간이 넘게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조사를 마친 뒤 16일 새벽 귀갓길에서 “검찰 조사에서 다 말했다”며 다소 홀가분한 모습을 보였지만, 누나인 박근혜 대통령에겐 남동생이 집권 2년차에 검찰청에 모습을 드러낸 것만으로도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콘크리트’에 비견될 정도로 견고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이번 청와대의 비선실세 국정개입 문건 유출 논란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며 추락세다.
취임 후 처음으로 30%대에 진입하면서 박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 40%도 이탈하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15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 8∼12일 성인 남녀 2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39.7%(‘매우 잘함’ 12.1%, ‘잘하는 편’ 27.6%)였다. 전주에 비해 6.6%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반면 부정적인 평가는 52.1%로 6.3%포인트 높아져, 이번 비선실세 관련 문건 유출의 여파가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박 대통령의 고정 지지층이 무너지고 있다는 수치가 나온 점이 주목된다. 2012년 대통령 선거 때 박 대통령을 찍었던 유권자 중에서도 지지율이 66.7%에 그쳤다. 이는 1주 전(75.0%)보다 8.3%포인트나 떨어진 수치다.
야권의 한 의원은 “비선실세 국정농단이란 커다란 파고에도 39%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콘크리트가 아니라, 다이아몬드급 지지율”이라고 비꼬면서 “비선실세 관련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박 대통령의 레임덕 시계는 한층 더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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