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은행권에서 신규 채용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신입 채용 규모가 지난해보다 급감한 데다 아예 없었던 곳도 있었다. 심각한 인사 적체로 인해 인건비가 크게 상승한 가운데 지점 통폐합, 온라인뱅킹 활성화 등으로 필요인력이 줄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 시중은행 올해 채용 규모 지난해 대비 14% ↓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 국민, 하나, 우리, 농협, 기업, 외환 등 국내 7대 시중은행은 올해 총 1918명의 정규직 신입사원을 채용했다. 이는 지난해 2235명과 비교해 14.2%나 줄어든 수치다.
직원 근속연수가 18년으로 시중은행 중 가장 높은 외환은행은 하나은행과의 통합 등을 고려해 올해 신입사원을 한 명도 뽑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84명을 신규 채용했다.
외환은행과의 조기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하나은행도 올해 상반기에는 채용을 하지 않고 하반기에만 118명을 뽑았다. 지난해의 경우 상반기 119명, 하반기 83명 등 모두 202명을 채용했다.
시중은행 중 인사적체가 가장 덜한 것으로 평가받는 기업은행은 올해 220명을 새롭게 뽑았다. 다만 이는 지난해(411명)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농협은행의 경우 신규 채용 규모가 지난해 567명에서 올해 540명으로 소폭 줄었다. 우리은행은 400여명으로 지난해와 비슷했고, 신한은행은 300명으로 작년과 같다.
국민은행은 시중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신규 채용을 지난해 271명에서 올해 330명으로 늘렸다.
◆ 내년 채용 시장도 암울
문제는 내년 채용 전망도 밝지 않다는 점이다. 과장급 이상 관리자 비중이 전체 인력의 60%에 달할 정도로 심각한 인사 적체와 인력 과잉 문제를 갖고 있어, 올해보다 신규 채용을 늘리기 어려울 전망이다.
실제로 금융인력기초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은행 직원 가운데 50대 이상 비중은 14.3%로 나타났다. 증권(7.9%), 보험(4.7%)에 비해 최대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특히 40대(34.3%)까지 합하면 40~50대의 비중은 절반에 육박한다.
이는 인건비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2011년 25.7%에 불과했던 국내 은행의 총이익 대비 인건비 비중은 지난해 33.1%까지 뛰었다. 미국은 28.3%, 일본은 27.1%다.
이와 함께 은행 직원 가운데 1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직원의 비중은 23.3%에 달한다. 보험(11.8%), 증권(12.1%) 등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신규 채용을 줄여 전체 인건비를 억제하는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 점포 통폐합·온라인 활성화에 필요 인력 줄어
온라인뱅킹 활성화로 인한 오프라인 지점 통폐합도 신규 채용 전망을 어둡게 한다.
앞서 지난 1년 새 270개에 달하는 점포가 사라졌다. 내년 초에도 국민, 농협, 신한은행 등 3개 은행이 40개 가까운 지점을 줄일 예정으로 지점 통폐합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60세 정년 연장 등으로 고령 인력이 더 늘어난다면 은행의 인건비 부담 또한 더 커지게 된다"며 "지금은 은행들이 신규 채용을 늘리고 싶어도 늘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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