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2000년대 초 노래방만 가면 이 방 저 방에서 들려오던 버즈 노래가 악스홀에서 재현됐다. 이번에는 오리지널 가수와 함께였다.
26일 서울 광장동 악스코리아에서는 버즈 콘서트 '리턴 투 해피 버즈 데이(Return to Happy Buzz day)'를 보기 위한 팬들로 북적거렸다.
이날 눈에 띄는 점은 '유독' 남자팬이 많다는 것. 기존 콘서트가 여자 위주의 관객이었다면 '노래방 끝판왕' 버즈는 걸그룹 콘서트를 연상시킬 만큼 남자팬들로 가득했다. 손에 야광봉을 흔들며 등장하는 남남커플도 있었으며, 여기저기 단체로 온 남자 관객도 눈에 띄었다.
'겁쟁이' '가시'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모놀로그(Monologue)' '남자를 몰라' 등 버즈의 노래를 노래방에서 부르며 학창시절을 보낸 20·30대 남자들에게 버즈는 그저 '잘생겨서 좋아하는 밴드'일 수 없었다. 고등학교의 추억이자 노래방 애창곡의 주인공들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밴드가 보컬 위주로 큰 사랑을 받는 데 반해 버즈는 기타 손성희와 윤우현, 베이스 신준기, 드럼 김예준 등 모든 멤버가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손성희, 윤우현의 화려한 기타 솜씨뿐 아니라 말수 없는 멤버들이 '툭툭' 내뱉는 말에는 진심과 웃음이 가득했다.
이날 콘서트는 '떼창'으로 시작해 '떼창'으로 끝났다. '겁쟁이'를 부를 때면 "날 사랑해줘요 날 울리지마요 / 숨 쉬는 것보다 더 잦은 이 말 하나도 / 자신 있게 못 하는 늘 숨어만 있는 / 나는 겁쟁이랍니다"라는 가사가, '남자를 몰라'에서는 "날 밀어내도 깊어지는 이 사랑을 봐 / 내 입을 막아도 세상이 다 아는데 / 왜 너만 몰라 왜 널 지킬 남자를 몰라"가 악스홀을 가득 채웠다. 특별히 가사를 외워서가 아니다. 오랜 시간 버즈와 함께한 팬들의 '노래방 내공'이리라.
보컬 민경훈의 가창력은 8년의 공백을 무색케 했다. 울음에 가깝던 민경훈의 보컬은 다소 옅어졌지만 그럼에도 충만한 감성이 느껴졌다. 슬픔에 젖은 느낌을 고스란히 담아냈고, 특유의 울림 가득한 목소리는 애절함을 더했다.
멤버들의 새로운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버즈의 보이는 라디오'와 드라마 '미생'을 패러디한 '기생'은 숨겨져 있던 버즈의 유쾌한 모습을 그려냈고, 무대 밖 버즈의 모습을 보고 싶었던 팬들의 갈증을 어느 정도 해소했다.
지난 11월 정규 앨범을 발표하고 타이틀곡 '나무'로 8년 만에 방송 활동을 재개한 버즈. 이날 민경훈은 "우리는 꾸준히, 질리지 않은 음악을 하기 위해 8년 만에 재결합했다"고 털어놨다. 그동안 무대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는지 버즈 콘서트는 뜨거웠고, 팬들은 더 열정적이었다.
추운 겨울을 뜨겁게 달구는 버즈의 콘서트 '리턴 투 해피 버즈 데이'는 오는 28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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