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는 지난 29일 밤 11시가 되서야 제325회 제3차 본회의를 속개해 제주도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황급히 처리했다.
심야 급속도로 진행된 이날 본회의에서는 원희룡 지사의 ‘구성지 의장 20억 요구설’ 등이 감정싸움으로 비화돼 도의회가 악을 쓰듯 예산에 칼질을 해대 도지사 공약사업은 물론 내년 핵심정책 중 하나인 문화사업은 아예 추진조차 못하게 됐다. 특히 각종 단체 보조금과 읍면동 예산까지도 싹뚝 잘리면서 원 지사를 향한 의회의 ‘몽니’가 엉뚱한 곳까지 미쳤다.
앞서 오후 2시에 열렸던 제3차 본회의에서는 당초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확정한 예산안 처리만 있을 것으로 예상됐었다. 하지만 도와 의회 양쪽 수장인 원 지사와 구 의장의 막판 협상이 5분 만에 결렬되면서 어떤 상황에 이르게 될지 귀추가 주목됐었다.
그 결과 1682억원이라는 예산이 싹뚝 잘려 나갔다.
각 상임위별로 보면 행정자치위원회가 213억원, 보건복지위원회가 80억원, 문화관광스포츠위원회가 233억원, 환경도시위원회가 348억원, 농수축경제위원회가 346억원 등이 삭감됐다.
또 408억원과 의회운영위원회가 각 상임위에서 올라온 예산안 중 54억원 등도 추가됐다.
세부적으로는 도의회 각 상임위가 감액한 예산 내용 중 △사업성이 미흡한 지사 공약사업 △중기지방재정계획 미반영사업 △용역심의 미반영사업 △투융자 심사 미반영사업 △공유재산계획 미반영사업 △사업계획이 미흡한 사업 △유관기관 단체 및 선심성 예산 △과도한 업무추진비 △외유성 여행경비 등이 싹뚝 잘려 나갔다.
특히 도정 핵심 시책인 문화관련 예산은 대부분 전액 또는 절반가량 줄어들었다. 원도심 살리기 위한 문화예산, 문화협치준비 예산 등 대부분이 전액 삭감됐으며, 협치 관련 예산도 사라졌다. 때문에 원 지사가 당장 내년에 추진하려는 문화사업의 차질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도청과 도의회, 행정시, 각 기관 등의 사소한 사무관리비부터 사업부서가 아닌 부서에 대한 예산들도 대부분 삭감됐다. 홍보성 경비를 비롯한 △공기관대행사업비 △시설비 △출연금 △보장성 비용 △행사보조금 △민간사업보조금 △여론조사비 △언론사 지원비 △재해예방사업비 △각종 수당 등도 모두 잘려나가 이에 따른 저항도 거세질 전망이다.
심지어 민심의 척도인 읍면동 현안사업비도 대거 잘려 나갔다. 제주시는 310건, 서귀포시 147건 등이 대폭 삭감됐다.
사상초유 밑바닥 예산까지도 희생양이 된 이번 ‘2015년 예산안’을 갖고 내년 제주 살림살이가 어떨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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