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이 물을 만나 승천한다는 뜻의 교룡득수(蛟龍得水)로 표현되는 절묘한 타이밍과 좋은 기회가 중국 온라인금융 시장의 성장을 이끌어냈다. 그 배후에는 자본 및 금융시장의 규제라는 레드테이프(관료∙형식주의)를 과감히 제거해나간 중국 정부의 혁신이 있었다.
지난해 중국정부는 1980년대 '런던 빅뱅'을 연상케 하는 후강퉁(滬港通) 제도를 전격 시행하며 자본·금융시장의 수문을 개방했다. 중국정부는 올해 더욱 강력한 자본∙금융 개혁을 단행하겠다는 의지를 시사하고 있는 만큼 온라인금융 시장은 더욱 빠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모바일 산업의 성장과 함께 도래한 '핀테크 시대'는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을 주축으로 한 IT 기업들의 치열한 온라인금융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 온라인금융 제국 '초고속' 건설
중국 온라인금융은 크게 △제3자결제서비스 △P2P(개인 대 개인) 대출 △온라인 소액대출 △크라우드 펀딩 △온라인 금융 상품∙서비스 플랫폼 △재테크 금융상품의 6가지 모델로 나뉜다.
제3자결제서비스는 알리바바의 알리페이(支付寶·즈푸바오)와 텐센트의 텐페이(財付通·차이푸퉁) 등이 대표적이다.
중국 시장조사기관 아이리서치(艾瑞) 통계에 따르면 2013년 3분기~2014년 3분기(추정치) 중국 제3자결제서비스 규모는 1조4210억 위안, 1조8130억위안, 1조8730억 위안, 1조8410억 위안, 2조150억 위안이다. 전년동기대비 성장률은 각각 50.8%, 70.2%, 84.0%, 64.1%, 41.9%을 기록했다.
업체별 점유율로 보면 지난해 3분기 알리페이의 시장 점유율은 49.2%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텐페이는 19.4%로 2위를 차지했고, 그 뒤를 이어 유니온페이의 자회사인 차이나UMS(銀聯商務), 콰이첸(快錢), 후이푸톈샤(匯付天下) 등의 순이었다.
'온라인 대출' 시장도 확대됐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2011~2014년(추정치) 온라인 대출 플랫폼 수는 50개, 200개, 800개, 1600개로 늘었다. 같은 기간 인터넷 대출규모는 31억 위안, 212억 위안, 1058억 위안, 2500억 위안으로 각각 증가했다.
P2P 대출은 금융회사를 통해서만 가능했던 기존의 금융거래를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지게 함은 물론 대출자와 투자자 모두에게 합리적인 이율을 제공한다는 것이 장점이다. 런런다이(人人貸), 이신(宜信), 루진숴(陸金所) 등이 대표적이다.
온라인 소액대출은 P2P와 함께 중국 시장에 등장한 대출모델 중 하나로, 인터넷기업이 자사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이용 기업에게 소액 규모의 대출을 해준다는 점에서 P2P와 차이가 있다. BAT을 비롯해 징둥(京東), 쑤닝(蘇寧) 등이 소액대출 업무를 실시하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온라인 자금 조달도 늘었다. 이는 인터넷을 활용해 일정 기간에 정해진 금액을 불특정 다수에게서 투자 받는 방식이다. 크게 톈스후이(天使匯), 다자터우(大家投), 촹터우촨(創投圈) 등 지분투자형 크라우드 펀딩과 뎬밍스젠(點名時間), 중처우왕(眾籌網), 주이멍왕(追夢網) 등 상품서비스 크라우드 펀딩 두 가지로 나뉜다.
중국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은 지난해 1월 43개에서 11월 122개로 늘어났다. 세계은행(WTO)은 2025년 전세계 크라우드 펀딩 규모는 3000억 달러로 증가할 것이며, 그 중 최대 시장 중국의 규모는 5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온라인금융 상품∙서비스 플랫폼도 빠르게 생겨났다. 이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인터넷은행, 인터넷증권거래소, 온라인보험처럼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향된 금융기구와 91금융마켓(91金融超市), 룽360(融360), 와차이왕(挖財網)처럼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그것이다.
마지막은 재테크 금융상품으로 '바오' 열풍을 일으킨 알리바바의 위어바오(餘額寶)을 비롯해 텐센트의 리차이퉁(理財通), 바이두의 바이파(百發) 등이 있다. 중국판 트위터라 불리는 시나웨이보(新浪微博) 역시 온라인 재테크 플랫폼 웨이차이푸(微财富)를 선보였다.
재테크 금융상품은 출시 이후 폭발적 성장세를 이어온 탓에 하반기 들어 다소 주춤하는 모양세다. 중국의 대표적 인터넷 금융 정보 사이트인 '룽(融) 360'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체 79개 '바오' 상품 규모는 1조5081억4700만 위안으로 전분기 대비 557억4600만 위안이 감소했다.
◆ 온라인금융 맹주 BAT의 '격전'
중국 3대 IT 공룡 바이두(百度), 알리바바(阿裏巴巴), 텐센트(騰訊∙텅쉰)를 일컫는 BAT은 수억 명에 달하는 거대 이용자를 무기로 온라인금융 평정에 나섰다.
가장 먼저 온라인 금융시장으로 진출한 알리바바는 투자, 지불, 대출, 보험 등 다양한 분야로 영향력을 확대했다.
2004년 지급결제 플랫폼인 알리페이(즈푸바오)를 설립한 데 이어 2007년 '알리바바 파이낸셜'을 구축, 알리바바 산하 티몰(天貓) 등의 입점업체를 대상으로 대출서비스 제공에 나섰다.
2013년 6월 알리페이와 톈훙펀드(天弘基金)가 함께 출시한 머니마켓펀드(MMF) 상품 '위어바오'는 중국 대륙에 온라인금융열풍을 이끌어냈다. 출시 1년 만에 가입자가 1억 명을 돌파하고, 조성된 펀드의 규모가 5700억 위안에 달할 정도로 위어바오의 열기는 뜨거웠다.
위어바오의 성공에 힘입어 알리바바는 크라우드 펀딩 성격의 엔터테인먼트 투자펀드 위러바오(娛樂寶)를 선보였고, 이어 정기적금 형태의 자산관리상품 자오차이바오(招財寶), 황금 거래 및 투자상품 춘진바오(存金寶)를 연이어 출시했다.
2013년 11월에는 타오바오 크라우드펀딩(淘寶眾籌)을 선보였다. 이와 함께 알리소액대출(阿裏小貸)로 대표되는 대출업을 비롯해 텐센트, 평안보험과 함께 최초의 온라인 보험 서비스 회사인 중안온라인재산보험공사(眾安在線財產保險公司)를 설립하며 보험업에도 진출했다.
이밖에 알리바바는 지난해 10월에는 금융시장에서 개인투자자를 의미하는 '개미'라는 단어를 사용해 금융전문회사 '저장(浙江)앤트(개미)금융서비스그룹'을 출범시켰다.
텐센트는 지난 2005년 9월 온라인 지급결제 시스템 텐페이(차이푸퉁)를 출시하며 온라인 금융시장 진출을 알렸다. 2013년에는 모바일 메신저 웨이신(微信·위챗)에 온라인 결제기능을 결합시킨 모바일 결제시스템 웨이신즈푸(微信支付)를 개발했다.
지난해 1월 텐센트는 '리차이퉁'이라는 온라인 재테크 상품을 통해 온라인 금융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이어 11월에는 알리바바, 바이두에 이어 차이푸퉁금융소액대출유한공사를 설립해 대출업에도 나섰다.
특히, 올해 들어 중국 최초의 인터넷은행을 설립하며 은행업에도 손을 뻗치는 등 인터넷금융 시장으로 빠르게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바이두는 온라인 금융시장에 뒤늦게 합류했다. 지난 2013년 4월 영화∙동영상 크라우드 펀딩에 나서며 온라인 시장에 발을 들인 이후 같은 해 10월 금융자산관리 플랫폼 바이두재테크(百度理財)를 출시하며 본격 진출의 출사표를 내던졌다. 바이파(百發), 바이좐(百賺)은 바이두재테크가 출시한 대표적 MMF 상품이다.
지난해 4월에는 알리페이와 텐페이에 맞서 바이두월렛(百度錢包)을 출시하며 제3자결제서비스 영역으로까지 진출했다. 최근에는 제3자 전자결제시장 점유율 4위의 콰이첸(快錢)을 20억 위안에 인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 '핀테크 시대'의 새 트렌드 인터넷은행
"웨이중은행에는 작은 한 걸음이지만 중국 금융 개혁에는 큰 도약이 될 것이다"
리커창 (李克强) 중국 총리는 지난 4일 중국 선전에서 열린 웨이중은행(微衆·위뱅크) 출범 기념식에서 최초로 달에 착륙한 미국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의 말을 인용, 중국 인터넷은행 1호 탄생에 이 같은 의미를 부여했다.
웨이중은행은 텐센트가 최대주주로, 1949년 중국이 공산화된 이후 설립되는 첫 번째 순수 민간은행인 동시에 온라인으로만 운영되는 은행이다.
이는 금융산업 개혁의 가속화를 알림과 동시에 인터넷은행이 '핀테크 금융시대'로 들어선 중국 온라인 금융시장의 핵심 '파이'로 부상했음을 암시하고 있다. 핀테크는 정보기술(IT)이 결합된 금융으로, 구체적으로 모바일을 통해 이뤄지는 금융서비스와 관련 기술을 의미한다.
지난해 중국 정부는 텐센트를 포함한 6곳에 민간은행 설립을 허가했다. 알리바바 또한 중국 최대 민영회사 상하이 푸싱(複星)그룹과 손잡고 올해 3월 오픈을 목표로 '저장왕상(浙江網商) 은행'이라는 이름의 민영은행 설립을 준비 중이다. 이밖에 원저우(溫州)의 가전유통업체 정타이(正泰), 상하이(上海)의 항공사 쥔야오(均瑤) 등도 연내 인터넷은행 문을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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