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기업은행이 올해 신규채용 규모를 지난해의 두 배로 늘리기로 했다. 반면, 다른 은행들의 채용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줄어들 전망이다. 뒤로 미루기만 한 구조조정과 갈수록 늘어나는 인건비 부담 탓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올해 채용 규모는 국민은행이나 우리은행 등 다른 은행에 비해 훨씬 많다.
직원 수가 2만2000명에 육박하는 국민은행은 지난해 290명을 채용했으며, 1만5000여명인 우리은행은 260명을 뽑았다. 기업은행의 직원 수는 1만3000여명이다.
덩치가 작은 기업은행이 더 많은 인원을 뽑을 수 있는 배경은 바로 인건비 부담이 적다는 데 있다.
반면, 구조조정 지연과 과도한 인건비 부담에 시달리는 다른 은행들은 아직 채용계획조차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신한, 우리, 국민, 하나, 외환은행 등은 "국내외 경제 상황이 불투명해 채용계획을 짜지 못했다"고 밝히지만, 대부분 지난해와 비슷한 채용규모를 유지하거나 일부는 축소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은행의 공통점은 수차례에 걸친 인수합병(M&A)을 거쳐 덩치를 키웠음에도 제대로 된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국민은행은 2001년 주택은행을 합병했으며, 신한은행은 2006년 조흥은행을 합병했다. 우리은행은 상업, 한일, 평화은행이 합쳐져 만들어졌다. 하나은행은 2002년 서울은행을 인수했으며, 2012년에는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은행 간 합병으로 지점 통폐합 등이 불가피했지만, 인력 구조조정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노조의 반발과 구조조정을 적대시하는 사회 분위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결국, 과잉인력을 유지해야 했다.
반면, 기업은행은 인수합병 등이 없이 1961년 출범 후부터 '외길'을 걸어온 탓에 이 같은 인력 과잉을 피할 수 있었다.
국책은행의 성격상 금융위원회에서 예산안을 승인받아 집행하다 보니 복리후생비나 인건비를 무리하게 늘릴 수 없었던 것도 신규채용 여력의 배경으로 꼽힌다.
총이익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국민은행 32.1%, 외환은행 27.1%, 우리은행 25.5%, 신한은행 24.8% 등이지만 기업은행은 17.7%에 그친다. 신규 채용의 여력이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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