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경제 정치연 기자 = 정유업계 1위 SK이노베이션이 1977년 이후 37년 만에 적자를 기록하는 등 정유사들이 줄줄이 적자 행진이 현실화됐다.
SK이노베이션은 2014년 매출액 65조8757억원, 영업손실 2241억원을 기록했다고 5일 밝혔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7938억원으로 1.2% 소폭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조669억원 줄면서 적자 전환했다.
4분기 매출액은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제품가격 하락으로 전 분기 대비 약 1.6%(2690억원) 감소한 16조117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5265억원 줄어든 463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글로벌 수요부진과 공급과잉에 따른 석유사업의 실적 부진과 지난해 4분기 급격한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실로 영업손실이 확대됐다는 게 SK이노베이션의 설명이다.
SK이노베이션의 석유사업은 지속된 정제마진 약세로 3분기까지 406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4분기 재고평가손실이 커지면서 연간 991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화학사업도 파라자일렌(PX) 등 아로마틱 계열의 전반적인 시황 부진과 4분기 급격한 나프타 가격 하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실로 전년 대비 57.4%(4840억원) 감소한 359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다만 석유개발사업과 윤활유사업은 석유사업의 손실을 일부 만회했다. 석유개발사업은 유가 급락의 악조건 속에서도 영업이익 4286억원을 기록했으며, 윤활유사업은 고급 윤활기유 수요증가에 힘입어 전년 대비 86.6% 증가한 2898억원 영업이익을 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중국과 중동 등 주요 수출시장의 자급률 증가에 따른 글로벌 수요 부진 등 구조적 한계로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은 지속될 전망”이라며 “향후 각종 비용절감과 공정운영 최적화 등 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영업손실에 따라 1980년 당기순이익 적자로 배당을 실시하지 않은 이후 34년 만에 배당을 하지 않기로 했다. 차진석 SK이노베이션 재무본부장은 "안정적인 배당확대를 지향해왔으나 급격한 실적악화와 불투명한 사업환경에 따라 위기 극복을 위해 올해는 배당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실적을 공개한 에쓰오일도 지난해 영업손실 2589억원을 내며 34년 만에 처음 연간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에쓰오일은 국제유가 급락으로 재고평가손실이 늘어나면서 정유사업에서만 698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액은 28조5576억원으로 8.3% 감소했다. 다만 석유화학사업에서 1820억원, 윤활기유사업에서 257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전체 적자규모를 줄였다.
4분기 영업손실도 2132억원에 달했다. 제품 재고 관련 손실이 3100억원에 달하고 원유수송 시차에 따른 마진손실이 커진 탓이다.
에쓰오일은 "판매물량이 증가했지만, 국제유가 급락에 따라 판매단가가 하락해 매출액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다음 주 실적 발표를 앞둔 GS칼텍스 역시 상당액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