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치연 기자 = "제가 살고 있는 분당 아파트 전셋값이 2년 새 1억5000만원이나 올랐어요. 계약 만료는 다가오는 데 도저히 감당이 안 돼 교통이 조금 불편해지더라도 광주 쪽으로 이사를 해야할지 고민입니다."(직장인 강우성(35)씨)
구조적인 수급불균형에 계절적인 학군수요, 여기에 서울 강남권 중심의 재건축 아파트 이주수요가 겹치면서 전세를 구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미친 전셋값에 울고 있다. 특히 계약기간 만료를 앞둔 세입자들은 수천만원에서 1억원 이상 오른 전셋값을 감당할 수 없어 수도권 외곽으로 빠지거나, 연립·다세대 등 비교적 값이 저렴한 대체 매물을 찾아 발을 동동 구르는 처지다. [관련기사=17면]
이에 따라 서울을 중심으로 시작된 전세난 여파는 동심원을 그리며 수도권으로 급속도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전세 품귀 현상이 심화되면서 반전세 형태의 월세 전환도 불가피한 선택이 되고 있다.
분당에 거주하는 주부 안소라(39)씨는 "계약기간이 얼마남지 않아 한달 전부터 여러 중개업소에 연락을 해놓고 직접 방문도 해보았지만, 전세 매물이 나왔다는 소식이 없다"며 "두 아이를 키우느라 매일 중개업소를 찾을 수 없으니 답답할 노릇"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 씨는 "지난 주에는 용인 풍덕천동까지 집을 보러 다녀왔다"며 "하지만 이곳도 전셋값이 크게 뛰었고 중소형 전세매물도 거의 없어 고민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양 평촌동에 거주 중인 김성환(45)씨도 오는 5월 전세 재계약을 앞두고 한숨이 깊다. 전셋값이 처음 계약을 했던 2년 전에 비해 1억원 넘게 올라서다. 초등학생과 유치원생 자녀를 둔 김씨는 애들 학교 때문에 이사보다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생각이다.
의왕에 살고 있는 주부 이미순(48)씨는 매일 밤 학원을 마친 고등학생 딸을 집까지 데려오기 위해 평촌동 학원가로 향한다. 이씨는 "의왕과 안양을 오가는 번거로움을 덜기 위해 평촌에 전셋집을 얻으려 했지만 워낙 귀한데다 있는 물건도 비싸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손님을 끌기 위해 중개업소가 일종의 미끼로 내걸은 허위 매물이 기승을 부리면서 전세난에 지친 세입자들을 두번 울리고 있다. 포털사이트 등에 올라온 마포 한 단지의 경우 게재된 매물이 20여건인데 기자가 실제 중개업소를 찾아 탐문한 결과 실제 매물은 2건에 불과했다.
직장인 김정우(29)씨는 "중개업소가 많은 지역의 경우 실제 매물이 전체의 10곳 중 1곳이 안 되는 경우도 많다"면서 "인터넷과 실매물이 달라 몇일 전부터 주변 아파트 전세 매물을 찾기 위해 공인중개업소를 순회하듯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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