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 물량은 4월에 대부분 빠졌다고 봐야죠. 집주인들도 대출 문제로 전세자금을 조달할 수요자 찾기가 어려우니 그마저도 반전세나 월세로 돌리고 있고요. 이 근처에서 원하는 평형대의 전세 물건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여서 결국 외곽 구축으로 밀려나는 임차인들이 많습니다.” (동대문구 휘경동 A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정부의 고강도 대출규제 여파로 서울 내 전세 매물이 빠르게 자취를 감추고 있다. 월세와 반전세의 비중이 빠르게 늘고, 전세 물량이 6.27 대출 규제 이후 전세물량이 40% 넘게 급감한 단지도 속출하고 있어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서울 내 전세대란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 같은 임대차 시장의 불안에 기존 계약을 갱신하거나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는 임차인 비중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대출 규제가 시행된 지난달 28일부터 이날까지 약 4주 간 서울 내 아파트 전세 계약 건수는 총 7081건으로 이 가운데 기존 계약이 갱신된 거래는 46.9% 수준인 3335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규제 시행 직전 약 4주간(6월 2일~27일) 거래된 전세계약 1만425건 중 갱신거래 비중이 41.9%(4355건)였던 것과 비교하면 단기간에 5%포인트나 상승한 것이다.
특히 계약갱신청구권을 직접 사용한 전세 임차인의 비중도 동반 상승했다. 규제 시행 전 해당 기간 서울에서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한 전세 계약 비중은 24%(2502건)였으나 규제 이후에는 28.3%(2008건)로 4%포인트 넘게 올랐다.

입주 물량 감소에 대한 우려와 대출규제 여파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임차인들이 신규 계약 대신 기존 계약을 갱신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세 물량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것도 이러한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신축 대단지 입주가 시작되면 전세 물건이 넘쳐나는데 대출 규제 이후 입주장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지난달 입주를 시작한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휘경자이 디센시아’는 대출규제 시행일인 지난달 28일만 해도 167가구였던 전세 매물이 이달 23일에는 98건으로 40% 넘게 급감했다. 약 2000가구에 가까운 대단지임에도 전세 물량이 두 자릿수에 그친다. 그나마도 임대차 실수요가 몰리다 보니 최근에는 월세 물량도 빠르게 동나고 있다는 것이 현장의 설명이다.
입주장을 기록한 서울의 다른 신축 단지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의 경우, 같은 기간 2035건이었던 전세 매물이 이달 23일에는 1843가구로 11%나 감소했다. 기존 기축 아파트 대단지도 마찬가지여서 9510가구 규모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는 지난달 28일 311건이던 전세 물량이 이달 23일에는 179건으로 줄어 43% 감소했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은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시 6개월 내 전입 의무를 부과하고, 수도권 신축에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 대출’을 전면 금지하면서 집주인들도 전세보다는 보증부 월세 등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며 “전세 계약 물량 자체가 줄면서 전체 거래량이 급감해 시장 위축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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