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으로 힘든 서민' 전세금 대출 유혹에 '보이스 피싱 1회용 인출책으로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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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3-19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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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대란에 떠밀린 서민들이 전세자금 대출을 해준다는 말에 속아 자기도 모른채 보이스피싱 인출책 역할을 하고 피소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사진=아이클릭아트]

아주경제 최수연 기자 = #서울 광진구에 사는 이모(70)씨는 지난 6일 'B대부'란 업체로부터 신용등급을 올려 주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회삿돈으로 인위적인 거래실적을 쌓아줄 테니 신용등급이 올라 원하는 만큼 대출을 받게 되면 대출금의 3%를 수수료로 지급하라는 제안이었다. 결혼을 앞둔 아들에게 전셋집을 마련하기 위해 목돈이 필요했던 이씨는 사흘 뒤인 9일 오전 동작구 이수역앞 커피숍에서 B대부 직원이라는 '김 대리'를 만나 계약서를 작성했다. 김 대리는 이씨에게 "거래실적을 쌓기 위해 통장에 회삿돈을 넣어줄 테니 출금을 해 오라"고 지시했고, 이씨는 이후 이틀간 7차례에 걸쳐 자신의 통장에 들어온 1억6900만원을 인출해 김 대리에게 넘겼다. 이씨는 16일 느닷없는 경찰의 출석 통보를 받았고 김대리는 연라이 끊겼다. 순진한 서민을 '1회용 인출책'으로 써먹으려는 보이스피싱 사기단의 함정이었던 것이다.

전세 대란에 떠밀린 서민들이 전세자금 대출을 해준다는 말에 속아 자기도 모른채 보이스피싱 인출책 역할을 하고 피소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19일 경찰에 따르면 김 대리 일당에 속아 보이스피싱 인출책 역할을 하게 된 이들은 5명이 더 있었다.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1일까지 불과 보름여만에 피해자 27명으로부터 10억8900여만원을 뜯어낸 사기단은 이런 수법으로 피해액의 80%가 넘는 8억9천여만원을 인출해 중국으로 송금하는 데 성공했다.

경찰은 대대적인 단속으로 대포통장 수급에 어려움을 겪게 된 사기범들이 단번에 최대한 많은 돈을 뜯어내려고 새로운 인출 방법을 고안해 낸 것으로 보고 있다.

현금자동인출기(ATM) 1일 출금한도가 600만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대포통장 한 개로 낼 수 있는 '매출'은 600만원으로 제한되기에 예전에는 수천만원을 뜯어도 대포통장 한 개당 600만원씩 나눠서 송금시켜야 했다.

하지만 창구에서 계좌 명의자가 직접 돈을 인출하게 하면 ATM 출금한도와 출금횟수 제한, 지연인출제도 등 보호장치가 모두 무력화되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예전 방식대로 돈을 인출하려 했다면 피해금 10억8천900여만원 중 1억원도 제대로 빼내지 못했을 테고, 애초 이렇게 짧은 시간에 11억원 가까이 가로채려고 시도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범행은 결국 과욕으로 인해 덜미가 잡혔다.

김 대리가 속한 조직은 지난달 13일 금융감독원을 사칭해 강동구에 사는 A(70·여)씨에게 전화를 걸어 "당신의 계좌가 범죄에 이용됐으니 돈을 국가정보원 안전계좌에 보관해야 한다"고 속였다.

감쪽같이 속은 A씨는 4500만원을 송금했고, 이에 신이 난 사기범들은 아예 직접 A씨 집에 찾아가 2억8천만원을 더 뜯어냈다.

하지만 이들은 돈을 더 챙기려는 욕심에 A씨를 다시 용산으로 불러냈다가 잠복 중이던 경찰에게 붙잡혔다.

김 대리는 실상 중국에 거점을 둔 보이스피싱 사기단의 하부 조직원인 중국동포 한모(23)씨로 밝혀졌다. 지난해 입국한 한씨는 역시 중국동포인 정모(24)씨, 서모(24)씨와 함께 송금책 역할을 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한씨 등 3명을 사기 등 혐의로 구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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