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종교지도자[사진=위키백과]
아주경제 한아람 기자 = 이란과 미국간의 핵 협상 타결로 이란 최고 종교 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정치적 시험대에 올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하메네이는 6월 말 핵 협상 최종 합의가 도출될 때 까지 중도 개혁파 노선의 협상안을 지지하면서도 자신의 핵심 지지기반인 강경파의 신임을 지켜야 하는 입장에 놓였다.
하메네이는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해제를 위해 그간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주도하는 핵 협상을 지지해왔지만, 로하니의 중도개혁파를 포용할 정도의 정치적 노선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주된 분석이다.
특히 핵 협상에 반발하는 강경파를 설득해야 하는 것이 하메네이의 최대 과제로 꼽힌다. 그간 핵협상을 진행하면서 강경파의 반대를 잠재워왔던 하메네이로서는 6월 말까지의 본격적인 최종 합의 추진 과정에서 또다시 강경파를 달래야 하는 숙제를 떠안은 것이다.
이란 국민은 국제적 고립으로 경제난을 겪었던 터라 이번 합의를 대부분 환영하고 있고, 하메네이의 지지율도 오르는 분위기다. 그러나 미국과의 화해에 거리를 둬온 하메네이로서는 이번 합의의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지난 수 십년 동안 이란은 핵 보유에 대한 대가로 미국과 유럽 연합의 경제 제재를 받아왔다. 특히 지난 3년 간 이란은 더 엄격해진 국제사회의 제재 때문에 주 수입원인 원유 수출량이 급감하는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이에 하메네이는 서방에 대한 불신과 강경파의 반대에도 로하닌의 핵 협상을 지지한 것이다.
알리 바에즈 국제위기그룹(ICG) 선임 연구원은 하메네이가 이번 핵 협상을 ‘싸움을 다시 시작하기 위해 한 걸음 물러나야 하는 레슬러’에 비유한 것에 주목했다.
그는 FT에 “하메네이가 자신의 핵심 지지층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이번 핵합의를 시작으로 이란 내 다른 사안 역시 강경파의 뜻과 다르게 합의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FT는 하메네이가 당장은 핵합의를 좁게 해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사회가 이란과의 관계 개선 효과로 기대하고 있는 중동 위기 해소 역할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면 반이스라엘 전선은 강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메네이는 지난 2일 핵협상이 타결된 후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측근인 하산 피로우자바디 합참의장이 이날 핵합의에 긍정적 입장을 내놨다고 AF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피로우자바디 합참의장은 혁명수비대 웹사이트를 통해 “최고 지도자의 리더십과 협상팀의 노력으로 이란의 평화적 핵에너지 이용을 위한 권리가 보장됐다”며 이란의 승리라고 강조했다.
하메네이는 1981년부터 1989년까지 이란의 3, 4대 대통령을 지냈다. 이후 1989년 반미 혁명을 이끈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가 사망하면서 최고 종교 지도자 자리에 올랐다. 그는 이전 지도자인 호메이니 만큼의 혁신적인 권위와 카리스마는 없었지만, 수많은 파벌의 이익을 균형있게 맞춰 25년간 최고 지도자자리에 머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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