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중국 증시의 급등세가 무섭다. 22일 상하이종합지수는 거침없는 돌진으로 장중 4400선을 찍으며 매서운 기세를 재차 입증했다. 지난해 10월 만해도 2200수준이었던 지수가 반년도 채 되기 전에 두 배 가량 껑충 뛴 것이다. 가히 '토네이도'급 질주다.
상하이·선전 거래소 거래대금은 예전에 1조 위안 시대에 돌입, 지난 17일 기준 증시 계좌 수도 1억 8900만개, 주식투자자 1억명 시대도 열렸다. 개미투자자들도 빚을 내 투자하고 금에 목을 매던 다마(大媽·아줌마)들도 증시로 몰려드는 분위기다.
중국 증시의 예상을 웃도는 급등세는 계속 이어질까. 최근 이에 대한 국내외 전망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는 "중국 증시, 이제 위험하다"며 경고음을 내고 있으나 중국 내에서는 "불마켓은 계속된다"는 낙관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 블랙스톤의 스티븐 슈워츠 회장은 21일 뉴욕 맨해튼 중화총상회(CGCC) 금융 부동산 포럼에서 "중국 개미투자자들이 다수의 증권계좌를 통해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거래가 급증하는 것 모두 시장 시스템이 보내는 과열 신호"라며 중국의 위기를 우려했다. 중국 경기 둔화 국면이 명확함에도 증시와 투자열기가 반대로 가고 있는 상황도 그 증거로 언급됐다.
IT 종목의 거품 붕괴도 우려됐다. 블룸버그 통신은 상하이종합지수가 4000선을 목전에 두고 있던 7일 지난 2000년 미국의 버블닷컴을 언급하며 "중국 IT 종목의 주가수익비율(PER)이 평균 220배로 과거 미국 버블닷컴 시기 수준보다 무려 41%나 높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투자은행과 언론들도 경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중국 증시의 현 상황을 '도취상태(euphoria)'로, 프랑스 최대은행 BNP파리바는 '광풍(frenzy)'으로 묘사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현재 중국 증시에는 확실한 거품 조짐이 있으며, 투자자들이 폭락 전에 손을 털고 나오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봤다.
하지만 중국 시장 전문가들의 판단은 여전히 '낙관'에 치우쳐 있어 대조를 이룬다. 정책적 호재가 버젓이 버티고 있는데다 통화당국의 완화기조,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현실 등이 중국 증시 활황세에 계속 기름을 부어주리라는 것이다.
관칭요우(管淸友) 민생증권 연구원 원장은 "중국 불마켓이 끝났음을 알리는 5가지 신호가 아직 하나도 감지되지 않았다"면서 불마켓 지속을 예상했다. 그가 말하는 불마켓 종료 신호는 △부동산 시장 회생 △대규모 부양책 출시 △사회융자 및 광의통화(M2) 급증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폭 3% 이상 △주식발행제 등록제 전환 따른 대규모 기업공개(IPO) 등이다.
중국 관영언론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최근 "중국 정부가 앞서 발표한 신용거래 규제도 장기적으로 증시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중국 증시 강세장은 막을 수 없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관영 신화통신은 시장과열 우려를 드러내면서도 상승장이 계속되리라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신화통신은 19일 "규제를 통해 급등세가 다소 진정만 된다면 중국 정부와 시장에 상부상조"라며 "당국 부양책 및 개혁책이 중국 증시의 건강한 상승장을 지속해줄 것"으로 판단했다.
중국 당국의 신용 및 대주거래 규제로 '블랙먼데이'를 맞았던 중국 증시는 다시 상승기류를 탄 상태다. 22일 상하이종합지수는 104.87(2.44%) 급등한 4398.49로, 선전성분지수는 310.14포인트(2.15%) 급등한 14749.12로 각각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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