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호남 맹주’, 정동영 ‘패배 원흉’…엇갈린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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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4-30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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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야당을 탈당한 천정배(광주 서구을)·정동영(서울 관악을) 무소속 후보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사진제공=정동영 선대위]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제1야당을 탈당한 천정배(광주 서구을)·정동영(서울 관악을) 무소속 후보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천 후보는 야권의 텃밭인 광주에서 ‘천풍’(千風·천정배 바람)을 일으키면서 호남의 맹주로 우뚝 선 반면, 정 후보는 서울의 호남 서울 관악을에서 20% 초반대에 그치면서 야권분열의 원흉으로 전락했다.

참여정부 당시 ‘운명공동체’였던 이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4·29 재·보궐선거를 기점으로 극과 극으로 갈라짐에 따라 야권의 권력구도는 격랑 속으로 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천정배, 야권發 정계개편 주도할 듯
 

애초 새정치연합 내부에선 천 후보의 ‘인물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조영택 후보의 당선을 의심치 않았다. 역대 선거마다 결국 제1야당을 외면하지 않는, 충성도 높은 호남 민심 때문이었다. [사진=천정배 후보 캠프]


천 후보의 당선은 드라마틱했다. 애초 새정치연합 내부에선 천 후보의 ‘인물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조영택 후보의 당선을 의심치 않았다. 역대 선거마다 결국 제1야당을 외면하지 않는, 충성도 높은 호남 민심 때문이었다.

당 한 관계자는 “광주 서구을에서 진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며 “그냥 호남도 아니고 호남의 심장인 광주에서 우리 당 후보가 패한다는 것은 생각 자체만으로도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호남 민심은 제1야당 대신 무소속 후보를 택했다. 87년 체제 이후 전략적 선택을 한 호남 민심의 특성과 친노(친노무현)그룹의 좌장인 문 대표에 대한 호남 비토 심리가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천 후보는 ‘호남 복원’을 기치로 강력한 야권발(發) 정계개편의 주도권를 쥐고 정국주도권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원내 정당인 정의당과 원외 정당인 노동당, 정 후보가 합류한 국민모임 창당준비위원회 등으로 분화된 제3세력의 구심력이 천 후보 쪽으로 쏠릴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당선 직후 “광주 정치를 바꾸고 호남 정치를 살려내겠다”고 메가톤급 정계개편을 예고했다.

◆패배한 정동영, 정치생명 위기
 

13일 서울 관악구 신림중앙시장, 삼성시장, 고시촌 일대. 전통적인 야도인 관악을 지역은 '그래도'와 '이제는'의 한판 대결장이었다. [사진=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


‘야당 회초리’론을 들고나온 정 후보는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에서 참패하면서 정치생명이 불투명하게 됐다.

1988년 이후 27년 동안 여당이 한 번도 당선된 적 없는 ‘야도’(野都)에서 야권 분열의 진원지로 전락한 데다 정 후보의 패배로 유럽식 진보정당을 꿈꾸는 국민모임의 신당 가능성이 한층 낮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문제는 정 후보가 출마 과정에서부터 진보 단일화 매개인 ‘4자협의체’(국민모임·정의당·노동당·노동정치연대)까지, 적잖은 잡음을 일으키면서 ‘신뢰’에 치명상을 입었다는 점이다. 

실제 그는 서울 관악을 출마 당시 국민모임 내 진보학자 그룹인 김세균 상임대표 측의 반대에 불구하고 출마를 선택하면서 갈등의 불씨를 남겼다. 또한 진보 단일화 과정에선 정의당 동의 없이 후보등록을 강행, 일부 진보진영이 선거운동 ‘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했다.

4·29 재·보선 이후 강력하게 추진될 야권발 정계개편에서 정 후보의 입지가 상당히 좁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새정치연합 한 관계자는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정 후보가 선거운동 기간 내내 ‘진보’를 자처하면서도 우리 당에 네거티브 전략만을 썼다”며 “그것이 정치 혁신이냐. 정 후보의 3위 탈출 전략도 실패했을 뿐 아니라 야권 선거운동 역사에 오점을 남겼다”고 비판했다.

정 후보는 이날 패배가 확실해진 오후 10시 20분께 관악구 조원동에 마련된 본인의 천막 캠프를 찾아 “다 제 부족함 탓"이라며 "(결과를) 받아들이고 자숙하겠다”고 말했다. 
 

26일 오전 서울 관악구 관악산등산로 만남의 광장 앞에서 서울 관악구선관위 관계자와 등산객들이 4·29 관악을 보궐선거 투표 참여 홍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사진=아주경제 유대길 기자 dbeorlf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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