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골프의 ‘간판’ 최경주(45·SK텔레콤)가 모처럼 출전한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SK텔레콤오픈에서 공동 21위를 했다.
미국PGA투어에서 8승을 거둔 베테랑임을 감안할 때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법하다. 한편으로는 그의 나이와 시차 적응 문제 등을 고려하면 잘 했다고도 할 수 있고, ‘골프는 알 수 없는 스포츠다’는 것을 다시한번 느낄 수 있겠다.
“나는 골프 전문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 입장에서 볼 때 ‘골프가 어렵다’는 말보다는 ‘골프는 참 묘하다’는 표현을 하고싶어요. 나흘동안 같은 코스에서 치는데도 볼은 매일 똑같은 자리에 가지 않습니다. 골프는 또 어떤 때에는 잘 되고, 어떤 때에는 안됩니다. 특히 생각이 많을 때 골프는 어려워지고 잘 안되지요. 골프는 죽어있는 볼을 살려서 컨트롤해야 하는 운동입니다. 연습을 많이 하고 컨디션 관리를 잘 하면 어느정도 수준까지는 올라갈 수 있어요. 그런 면에서 내게 골프는 ‘자식 농사’보다는 더 쉽습니다. 특히 둘째가 딸이다 보니 걱정이 많습니다. 인성은 기본이고 남자친구와의 교제 등 대인관계나 자율적인 대학생활 등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자녀들은 끊임없이 교육하고 가르쳐야 하기 때문에 골프 전문가인 내게는 골프보다 더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런데도 그는 예전같지 않은 성적을 냈다. 똑같은 조건이었던 지난해 이 대회에서 그는 공동 5위를 했다. ‘강철 체력’이라는 그도 세월 앞에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는 모양이다.
“나이 50이 가까워지면서 몸의 신축성이 떨어지는 느낌이 듭니다. 스윙이나 골프장비 문제는 아니지요. 얼마전 미PGA투어 RBC 헤리티지에서 케니 페리(55·미국)과 동반라운드를 했어요. 그때 그에게 내 상황을 얘기했더니 ‘시니어투어에 들어갈 때가 되면 몸이 달라진다. 볼 컨트롤 능력이 떨어지고 뒤땅치기도 가끔 나온다. 당신도 느낄 것이다.’고 말하더라고요. 전에는 대회마다 50위안에 드는 것을 당연시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은 미PGA투어에서 우승은 못하더라도 중상위에 드는 것만으로도 잘 하는 것이라고 여깁니다. 그나저나 얼른 우승한 번 해야겠네요….”
최경주는 이번 대회 코스 셋업에 대해서는 대체로 만족한 평가를 내렸다. 특히 단단하게 조성한 그린에 대해서는 놀라움을 나타냈다. 그 반면 아쉬운 대목도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한국의 코스 관리는 다르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미PGA투어 코스는 보통 대회 3주전 클로스하고 본격 관리를 합니다. 한국은 그렇게 하기엔 역부족입니다. 그렇지만, 티잉 그라운드 위치가 나흘 내내 불변이었던 점이 아쉬웠습니다. 12번홀(파3)이 좋은 사례지요. 홀인원 경품으로 승용차(재규어)가 걸려 있어서 그 스폰서가 티잉 그라운드를 붙박이하라고 요구했을까요? 그 홀에는 대개 앞바람이나 옆바람이 붑니다. 그럴 땐 티잉 그라운드 위치를 탄력적으로 운용해야 합니다. 이번 대회에서 선수들은 나흘 내내 유틸리티나 우드로 샷을 했습니다. 티잉 그라운드는 그 자리였는데 디봇자국은 몇 개 안되더라고요. 티업하고 긴 클럽으로 샷을 했으니 그럴 수밖에요. 또 18번홀(파5)의 경우 최종일에는 티잉 그라운드를 앞으로 당겨 2온을 시도할 수 있게 하거나, 짧은 파4홀도 티잉그라운드를 조정해 드라이버로 곧바로 그린을 노릴 수 있게 홀을 셋업하는 융통성이 아쉬웠습니다.”
그의 머릿속은 온통 오는 10월 한국에서 열리는 프레지던츠컵(미국-인터내셔널 남자프로골프 대항전)으로 채워졌다. 한국선수 출전 문제를 포함해 인터내셔널팀 수석부단장으로서 고민거리가 한 두가지가 아니다. “흥행은 100% 성공합니다. 타이거 우즈나 필 미켈슨도 이 대회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에 미국팀 일원으로 출전할 것으로 봅니다. 중요한 것은 인터내셔널 팀이 이겨야 하는 점입니다. 그러기 위해 대회 방식을 다소 바꾸는 것도 의논하고 있습니다.”
그는 며칠 더 국내에 머무른 후 미국으로 갈 예정이다. 오랜만에 귀국한 그는 여전히 분주한 모습이었고, 한국골프의 발전을 생각하는 마음도 예나 지금이나 같아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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