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아이클릭아트]
아주경제 한아람 기자 = 일본 시장에 또 한번의 ‘엔저 파동’이 밀려오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26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2월 초부터 이어진 엔화 환율의 교착이 단번에 붕괴하려 하고 있다”며 일본의 엔저가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엔화는 25일 장중 미국 달러 대비 121.78엔에 거래됐으며 엔화가 지난 3월 10일에 기록한 최고치인 122.04엔 선도 돌파할 것이라는 견해가 제기됐다.
해당 매체는 엔화의 약세를 점치는 요인 중 하나로 일본 은행들과 생명보험 회사(생보사)들이 외국 채권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하는 것을 꼽았다.
일본 은행과 생보사의 해외 중장기 채권 투자액의 규모는 지난해 11월부터 꾸준히 확대돼 왔다. 지난해 10월 일본은행이 추가 양적완화를 시행하면서 일본 국채 수익률이 하락한 것이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
해외 채권 투자액은 이달 10일부터 1주일 사이에 1조엔을 돌파할 정도로 속도가 붙고 있다. 일본의 9개 대형 생보사들은 올해 4조엔에 달하는 해외 채권을 사들일 계획으로,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할 전망이다.
지방은행들의 투자 잔액 증가도 해외채권 투자규모의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인구 감소와 경기 위축이 진행되는 지역의 은행권에서는 예금 등으로 조달한 새로운 자금을 운용하려고 해도 투자처가 마땅치 않아 외채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방 은행들의 해외 채권 투자 잔액은 올해 2월말 현재 전년 동월 대비 34 % 증가한 13조엔에 육박한다.
연내 기준금리 인상 실시를 사실상 확언한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의 발언 역시 엔저를 부추기는 배경으로 거론됐다. 옐런 의장은 지난 22일 로드아일랜드 주 프로비던스 지역 상공회의소 연설에서 “올해 안 어느 시점에는 통화정책의 정상화 절차를 시작하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엔화 약세가 지속되는 것은 수입 물가를 상승시켜 2%의 안정된 물가 상승을 목표로 삼고 있는 일본 은행에게는 반가운 흐름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한국에게 엔저 현상은 수출 업계의 ‘적신호’로 여겨진다. 수출 업계 최대 경쟁국인 일본과의 가격 경쟁력에서 크게 밀리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달 27일부터 6일까지 해외시장에서 일본과 경합 중인 수출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 한 결과를 통해 “철강, 석유화학, 기계, 음식료, 자동차·부품, 조선업종의 기업들은 원엔 환율이 이미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었다”고 이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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