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아람 기자 = 집단 자위권 법제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여야 추천 헌법학자들이 일제히 ‘위헌’ 의견을 낸 것이다.
교도 통신에 따르면 지난 4일 중의원 헌법심사회에 출석한 여야 추천 헌법학자 3명이 모두 집단 자위권 법제화에 대해 안보 법률 제·개정안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야당 추천 학자는 그렇다치더라도 여당이 추천한 하세베 야스오(長谷部恭男) 와세다(早稻田)대 교수까지 ‘위헌’ 쪽에 손을 든 것이 아베 정권에 뼈아팠다.
아베 총리는 당초 이달 24일까지인 정기국회 회기를 연장해서라도 해당 법안을 강행처리하겠다는 기세등등한 모습을 보였다. 집단 자위권 용인과 자위대 해외활동 확대 방침을 반영한 11개 안보 법률 제·개정안에 대한 국회 심의는 지난달 26일 시작됐다.
야당과 여론의 반대가 예상됐지만, 아베 총리는 중·참 양원 과반수를 확보한 연립여당의 압도적인 ‘수(數)의 힘’과 50% 안팠의 높은 지지율을 앞세워 강행 처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일본 정가의 중론이었다.
그러나 한 헌법학자의 ‘반란’이 변수로 떠오르면서 상황은 급반전 됐다.
이 일로 법안 반대의 강한 명분 하나를 확보한 야당은 모처럼 ‘야성’을 회복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안보법제 정비에 대한 태도가 모호했던 제1야당 민주당이 ‘정기국회 내 처리 불가’를 천명하고 나선 것이다.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민주당 대표는 6일 당 회합에서 “여름까지 (안보법률안을) 모두 처리한다는 것은 절대 용인할 수 없다”며 다른 야당과 법안 처리 저지를 위해 협력할 뜻을 밝혔다.
일반 여론의 반발도 부담이다. 교도통신이 지난달 30∼31일 실시한 전국 여론조사에서 새 안보 법안에 대한 아베 정권의 설명에 대해 ‘충분하지 않다’는 응답이 81.4%에 달했다. 여론 역풍은 헌법학자들의 ‘위헌 발언’을 계기로 더 강해질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베 총리가 미국에 약속한 ‘여름 내 법안 처리’를 힘으로 관철하는 것은 위험 부담이 적지 않다. 오는 9월에 있을 아베 총리의 총리직 연장에 악재로 작용 할 수 있기 때문이다.
8월쯤 있을 전후 70주년 담화(아베 담화)를 앞두고 현재 한국과 중국과의 외교적 관계는 불안정한 상태다. 여기에 국내 정치 갈등까지 겹칠 경우 총리직 연장이 걸린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무투표로 당선되리라는 전망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지난달 14일 일본 내각은 2차 대전 이후 처음으로 해외에서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고 자위대 활동을 크게 확대하는 내용 등을 담은 안전보장 관련 법률안을 각의에서 최종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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