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8일 국회 정론관에서 자신의 거취 관련한 의원총회의 결과를 수용하는 성명을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국회를 나서고 있다. [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 여권발(發) 권력구도 빅뱅의 서막이 열렸다. 8일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사퇴로 친박(친박근혜)계가 거부권 정국의 제1라운드 승자로 등극했지만, 사실상 상처뿐인 영광이라는 점에서 여권 내 권력투쟁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특히 당 지도부가 이날 의원총회에서 친박계의 거부권 정국 ‘플랜 A’인 결의안 추인 대신 ‘사퇴 권고’를 택함에 따라 거부권 정국이 승자 없는 게임으로 전락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권 내 권력투쟁은 ‘임시 휴전’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친박계와 비박(비박근혜)계가 20대 총선 때까지 협력적 경쟁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전략적 제휴’에 들어갔다는 얘기다.
◆단기적 ‘내홍 수습’ 장기적 ‘갈등 국면’
유 원내대표의 거취를 묻기 위해 소집된 새누리당의 이날 의총에선 30명의 의원들이 난상토론을 벌였지만, ‘유승민 사퇴’의 대세를 거스르지는 못했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집권여당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속살”이라고 평했다. 수적 우위를 점한 비박계의 조직력에도 불구하고 집권여당이 박근혜 대통령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인 셈이다.

비공개 의원총회를 마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무실을 방문해 사퇴를 권고한 직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
실제 거부권 정국 내내 여권 내부에선 청와대에 찍힌 여권 인사는 모두 ‘팽 당할 수 있다’며 A 의원, B 의원 등의 실명이 심심치 않게 돌아다녔다. 박근혜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발언에서 촉발한 거부권 정국을 통해 ‘청와대 주홍글씨’의 위력을 실감한 셈이다.
박 대통령의 ‘분노 담화문’이 자충수라는 지적도 이 지점과 궤를 같이한다. 거부권 정국의 빌미를 초래한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싼 갈등 국면에서 ‘행정권 대 입법권’은 간데없고 ‘친박이니, 비박이니’ 하는 계파 싸움만 난무하면서 양측 모두 정치적 상처를 입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유 원내대표의 사퇴 이후 단기적으로는 내홍 수습에 들어가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계파 갈등의 늪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비박계 한 관계자는 의총 직후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면서 “차기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 다시 계파 간 세 대결이 재점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차기 원내대표로는 친박계 이주영 의원의 합의 추대 가능성이 점쳐진다.
◆與, 총선 전까지 분당 가능성↓…“총선 결과가 방향타”
관전 포인트는 여권 내 분화의 확장 범위다. 최근 정치권에서 우스갯소리로 새누리당 비박계와 새정치민주연합 비노(비노무현)계의 연대설까지 제기된 터라 일각에서 ‘유승민 사퇴’로 여권 분화의 시계가 빨라지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국회 본청. 여권발(發) 권력구도 빅뱅의 서막이 열렸다. 8일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사퇴로 친박(친박근혜)계가 거부권 정국의 제1라운드 승자로 등극했지만, 사실상 상처뿐인 영광이라는 점에서 여권 내 권력투쟁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문제는 비박진영이 분당 내지 신당 창당의 3가지 조건인 △기존 정당과 차별화된 새로운 가치 창출 △이질적 구성원을 한데 묶을 수 있는 구심점(차기 대선 후보) △반대그룹(야당) 위기에 따른 반사이익 등을 꾀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여당 내 수도권 초·재선 중심의 신당이 창당되더라도 새누리당의 아류에 그칠 수밖에 없는 데다, 비박계의 좌장인 이재오 의원은 물론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장,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의 인물 파워는 박 대통령과 비교할 때 현저히 떨어진다. 비박계의 신당 가능성이 낮은 결정적 이유다.
여기에 거부권 정국에서 반사이익을 본 야권이 당 내홍을 빠르게 재정비한다면, 여권의 ‘차기 총선 위기감’은 더욱 가팔라질 수밖에 없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이와 관련해 “비박 신당은 새누리당의 유사 정당에 불과할 것”이라며 “대선 후보도 없는 상황에서 기존 정당의 대체 가능성은 더욱 없다”고 평가 절하했다.
변수는 20대 총선 결과다. 새누리당이 2016년 의회권력을 선점한다면, ‘박근혜 체제’의 고착화는 2017년 대선까지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여소야대’ 국면에 접어들 경우 새누리당의 ‘탈 박근혜’ 현상은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김미현 알앤서치 소장은 “거부권 정국에서 비박계가 한발 물러선 것은 내년 4월 총선 때문이다. 이들 내부에도 박 대통령 없이 치르는 선거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이라면서도 “다만 총선 결과에 따라선 분화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8일 국회 정론관에서 자신의 거취 관련한 의원총회의 결과를 수용하는 성명을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국회를 나서고 있다. [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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